총 4개의 국내선 노선을 소화하는 날이었다.
기장님께서는 아침 일찍 나와서 수고 많다며 가방에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꺼내어 나에게 챙겨주셨다. 나는 기장님께 드릴만한 음식이 마땅히 없어 그저 감사해하며 받아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장님 가방에서 나온 빵 한 조각, 기장님께서 그 빵을 손에 쥔 채 유심히 보시더니 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건 못 주겠다. 제주에서 이틀 전에 받은 빵이라."
"아이 기장님 괜찮습니다. 근데 그 안에 크림이나 뭐 들어가 있으면 드시지 마세요. 건강 나빠지세요."
"괜찮아. 나 이런 거 잘 먹어."
"어우 기장님, 그러다 탈 나면 속 다 버리세요."
그러다 내 경험이 생각나서
"안 그래도 저도 저번에 가방에 언제 넣었는지 모를 도넛 하나가 곰팡이가 피어나서 녹색이 됐더라고요. 녹차 도넛인 줄 알았어요."
기장님께선 내 말을 듣곤, 웃으시며
"에이 뻥 좀 치지 마"
"아 기장님 정말이라니까요?"
나의 절실한 진실에도 녹차 곰팡이 도넛을 믿지 못하는 기장님의 표정을 보고, 사진이나 하나 찍어둘걸 아쉬움이 남아
"기장님 다음에 제가 또 잊어서 도넛에 곰팡이 피면 사진 보내드릴게요."
"괜찮아."
비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가방을 한켠에 던져두고 쉬기 바빴는데, 이제는 아무리 피곤해서 한번 싹 뒤적거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