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온 국제선 비행.
아니,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예전보다는 조금 더 자주 있는 국제선 비행이라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아침 출근 저녁 퇴근의 국내선 위주로 비행을 다니다 보니 이따금씩 새벽을 새며 날아오는 국제선 비행은 여간 익숙치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시차도 마구 달라지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진 것 없이 스케줄대로 근무를 하는 것이 승무원이라는 직장의 맛이지만, 그 맛을 알아버리기도 전에 코로나라는 맛을 먼저 알아버린 어느 부기장의 슬픔이랄까.
출발 때와는 다르게, 새벽시간이 짙어질수록 기장님과의 수다 시간도 적어지고, 기장님과 나는 서로가 최소한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형태로 칵핏에 앉아 날아가고 있었다.
대만 상공을 지나치고 있었을 때쯤이었을까, 같은 항로를 타고 2,000피트 위에서 날아오던 다른 항공사의 330 항공기가 보인다. 아까 분명 우리보다 한참 뒤에 있던 비행기였는데, 어느새 앞질러 가고 있다.
"우리 뒤에 있던 뒷 비행기 저기 간다. 이제 뒷 비행기가 아니라 앞 비행기네"
기장님 말씀에 넋을 놓고 밖을 봤다. 별이랑 비행기, 그리고 올라오기 직전의 어스름한 새벽빛까지.
풍경을 보고 있자니 나른해져 있던 몸에 에너지 드링크 서른두 캔을 한꺼번에 마신 듯 마음까지 저릿하다.
이거 보려고 새벽 비행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