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고 싶었던 기장님과 박수를 쳤다.
말 그대로 짝짜꿍 박수를 친 것은 아니고, 내가 근무를 끝낸 비행기로 출근을 하는 기장님과 마주친 것이다. 보통 우리는 이것을 크루들이 박수를 쳤다고 말한다.
나는 새벽 일찍 출근해서 오후 두시쯤 근무가 끝났고, 기장님은 오후 두 시에 출발하여 밤늦게까지 근무를 하는 형태였다.
그날 난 비행이 끝난 뒤 칵핏을 정리하고, 객실 오버헤드빈에 있는 2박 3일 치의 육중한 캐리어를 꺼내어 브릿지로 나왔다. 흩어진 내 캐리어들을 포개며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이제 출근을 하러 비행기로 걸어오는 크루들이 보였고, 익숙한 얼굴의 기장님이 보였다.
"어 기장님!!"
"오랜만이네."
"아니 기장님이랑 왜 이렇게 비행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매치 신청도 안 했는데요."
"응 내가 했어."
"아?"
짧은 순간의 대화를 마치고 조심히 다녀오시라고 인사한 뒤 퇴근을 하는데, 잠깐이라는 순간에 보고 싶은 기장님을 봤다는 반가움과 함께 어쩌면 이것도 이 직업의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은 기장님을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것, 그렇다고 근무 외 시간에 밖에서 연락을 드리기에는 각자의 삶이 있으니 조금은 어려운 그런.
그래서 그런지, 좋아하는 기장님들과 같이 비행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따금씩 브리핑실에서 오다가다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런 아쉬움 섞인 간절함이 스케줄 편조팀에 전해진 것일까, 새로운 스케줄이 나왔는데 바로 다음 비행이 그토록 보고 싶던 기장님과 스케줄이 나왔다.
친한 기장님과 오랜만에 나온 비행, 기장님의 근황과 곧 나올 나의 책 이야기를 포함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치다 못해 줄줄 흘렀던 칵핏과 터뷸런스 하나 없던 기류까지, 모든 것이 근사한 비행이었다.
총 네 개의 레그를 근무하는 날이었는데 그 세 번째 레그 중이었다. 기장님께서 랜딩을 하시는 차례였는데, 정말이지 지금까지 비행을 하면서 본 가장 부드러운 랜딩이었다.
"닿은 거 맞습니까 기장님?"
"망고야"
"예"
"앞으로 평생 이것만 기억해야 해."
"예?"
"오늘 한 랜딩만 기억하고, 어디 가서 늘 아 우리 기장님 랜딩은 늘 이랬다고 기억해야만 해"
"평소에도 항상 이렇게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바로 그거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나,
첫 직장이라 사회성이 조금 걱정됐던 나도 입사 3년 차가 되니 사회생활 만렙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진심으로 꽉 찬 사회생활이지만 말이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