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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Jul 23. 2022

새벽비행에 본 명란젓

새벽 5시 27분,

관제에서 들리는 교신 소리도 많지 않고,

기장님과 나의 수다도 조금은 적어진 상태.

기장님과 나는 밤을 새서 날아오는 비행에, 서로의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최대한의 형태로 날아오고 있었다.


너무 적막한 칵핏이 민망하여, 이따금씩 내가

"기장님 정말 아침 식사는 안 해도 괜찮으세요?"


혹은


"기장님, 피곤하진 않으세요?"와 같은 으레 하는 말로 고요를 채우며 날아오고 있었지만 새벽 비행의 적막을 깨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일본 상공을 날아올 때쯤이었을까,

저 앞에서 천천히 밝아오는 불빛이 보인다.

태양이 점차 떠오르며 우리에게 비추는 광량이 많아질 때쯤, 기장님의 말씀이 들린다.


"주간 모드로 전환할까요?"

"네 기장님"


달빛을 등지고 날아가며 칵핏 불빛을 최소화했던 암순응을 끝내고, 밝게 하여 주간 비행에 적절한 세기로 조절하며 말했다


"태양이 떠오르는 게 무슨 명란젓 같네요. 명란. 명란."


명란젓처럼 떠오르는 태양

나도 내가 왜 명란을 두 번 외쳤는지 모르겠지만, 기장님께선 그런 나의 모습이 걱정되셨는지


"혹시... 이따가 너무 피곤하면 오토 랜딩 해도 돼요."

"아유, 기장님 그럼요."


그럼요 뒤에 명란을 한 번 더 붙이고 싶었지만,

그럼 정말 기장님께서 걱정하실 것 같으니

일단은 하지 않았다.


근데 갓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있자면

정말 명란젓이랑 똑같이 생겼다.


새벽 비행은 정말이지,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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