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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Aug 23. 2022

어느 조종사의 방콕 여행법

이야기 하나

처음으로 방콕으로의 비행이 나왔다.

요즘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방콕이 나온 것이다.


한 달짜리 스케줄 표에 BKK라고 적힌 단어 하나만으로도 8월 한 달이 즐거울 정도였다.


방콕 비행 가기 전 날, 국내선 비행을 하다가 기장님과 스케줄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 스케줄은 어디 가요?"

"기장님 저 방콕입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방콕 처음이야?"

"네 기장님. 너무 기대돼요."


방콕이 처음이라는 나의 말에, 기장님은 곧장 사진첩을 열어 얼마 전 다녀오신 방콕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시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 취향은 아닐 수도 있으니 흘려들어도 좋다는 기장님의 코스는, 말 그대로 내가 딱 좋아하는 풍경들과 맛집들로 가득한 코스였다.


"기장님, 꼭 말씀하신 대로 다녀와볼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의 비행이 끝난 뒤,

드디어 방콕 당일.


같이 간 기장님께서는 선약이 있으셔서 나는 어제 기장님의 강의를 토대로, 왕궁 투어와 맛집 기행을 수행하러 호텔 밖을 나왔다. 우선 왕궁을 가기 위해 배를 타야 한다. 배를 타고 왕궁을 가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바로 왕궁을 가는 쉬운 코스가 있었지만, 그렇게 가면 안 된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땀이란 땀은 쫙 빼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해야 여행이다. 한 살이라도 젊고 국산 다리가 후들거리기 전에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한다.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러 왔다. 난생처음 이용해 보는 태국의 열차였지만 비교적 직관적으로 잘 되어있어 이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올라가자마자 열차가 도착하여 바로 탑승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방향도 보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방향의 지하철을 탔고 아무 의심 없이 가는 중, 태국어로 역 이름 방송이 나온다.


"Next station is 휫ㅋ황 휫ㅋ흐황"

"Next station is ㅆ틔산~ 쑽의산~ station"


연이어 방송들이 나왔지만 태국 억양의 발음은 영어로 쓰여있는 역 이름과 매칭이 잘 되지 않았다. wifi가 없었기에 휴대폰 GPS 신호를 잡아 나의 방향을 짐작하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가야 할 항구가 있는 역과 내가 멀어지고 있다.


반대편 방향의 열차를 탄 것이다.


방향이 잘못된 것은 괜찮다. 어차피 조금 늦어져도 다시 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여행이란 모름지기 고생은 고생대로 해야 기억에 남는 좋은 여행이다. 하지만 아주 사소하고 작은 타이니 리틀 프로블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왕궁이 닫을 때까지 1시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


이미 꽤 많은 역을 거쳐와서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아탄다 한들, 배를 타고 왕궁 쪽을 가서 구경을 하기엔 마감시간을 넘어도 훌쩍 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여행이라는 게 무엇인가.

아무리 계획해도 결국 낯선 곳에서의 여정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 된다. 게다가 나는 그런 계획 없는 여행과 조금 더 잘 어울리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태국 맛집보다, 길거리에 눈에 띄는 로컬 음식점이 내 취향에 더 가깝다.


여행지에서의 실수는 곧 추억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글감이 되기도 한다. 그 역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불규칙하게 울리는 경적소리들과 정돈되지 않아 보이는 거리였지만 흐트러짐 없이 다니는 오토바이들과 차량, 그리고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곳의 이방인은 나 혼자였고, 반듯하게 걸어 다녀도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었다.


걸음을 늦춘 건 태국 전통 음식 냄새가 아닌 소세지 냄새였다. 옆을 보니 로컬 가게가 보였다.



무작정 들어가서 내 옆 테이블에서 시킨 소세지와 맥주 한잔, 그리고 그래도 나름 태국이니 태국스러운 음식을 시켰다. 허기를 달래기도 충분했고, 이후의 여정을 위한 비축이기도 했다.




맥주 맛에 감동한 내 눈물처럼 펑펑 터지는 와이파이를 빌려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야생의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가득한 로컬 야시장이었다.


방콕 이야기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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