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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Sep 30. 2020

내 딸이지만 엄청 예뻐! 의 정체



학생으로서 볼 수 있는 비행 시험 중 마지막 시험을 보러 들어간 동기 형을 공항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의자 옆에 있는 항공잡지 같은 걸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남자 세 명이 다가온다. 멋지게 나이를 드신 할아버지, 그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인상 좋은 아저씨 그리고 그의 아들처럼 보이는 귀여운 아이까지.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냐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그렇다고 하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시기 시작한다. 비행기에 칸도 많은데 왜 짐을 더 싣지 말라고 하는지, 하늘에는 중앙선도 없는데 어떻게 다들 안 부딪히고 잘 다니는지, 바깥 안 보고 조종하면 진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지 등등 첫인상만큼 유쾌한 질문들을 연신 쏟아내시고 있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드리자 나에게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냐고 물으시곤, 내가 1년 정도는 더 걸리지 않을까 대답을 드리니 나에게 여자 친구가 없으면 미국에 있으라며 자기에게 아주 예쁜 딸이 있다고 한다.
 
“내 딸이지만 정말 엄청 예뻐!”
“아 그래요?”
“요리는 어찌나 잘하는지 하는 음식마다 맛있어.”
“좋네요!”
“그리고 굉장히 가족을 사랑하고 가정적이지.”
“그렇구나!”
“Mango, 몇 살이라고 했지?”
“29살이에요.”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네. 47살 밖에 안됐어.”
“그… 그렇구나.”
“게다가 240파운드밖에 안 나가지.”
“저보다 조금 체격이 좋으시네요.”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아들이 세 명이나 있어!”
“그… 그렇구나. 남편은 없으시죠?”
“그럼! 남편은 없지!”
 
나를 놀리는데 신이 나셨다. 그렇게 한동안 놀리시다가 공항에 이것저것 신기한 게 많은지 또 구경하러 가야겠다며 자리를 털며 일어나신다.
 
“Phillip 이야. 쟤는 내 아들 David이고 쟤는 손주 little David이지.”
“반가웠어요. 비행 공부 궁금한 거 있으시면 이 번호로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래 알았어 사위.”
“하하…”
 
마지막까지 짓궂으셨던 할아버지. 다음에 한 번 더 공항을 와봐야겠다. 다음에 만나면 꼭 할아버지처럼 멋있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해야 하니까. 그리고 좋은 사위 꼭 찾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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