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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이야?

아프리카 여행

by 망고 파일럿


“내려가는 길이야?”

여자의 첫마디였다.

“아니, 올라가는 길이야.”

여느 여행자들과 같이 그들은 간단한 인사를 하고 노닥댄다. 그러다 금방 허기가 졌는지, 마주 앉아 음식을 주문한다. 아니, 어쩌면 그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

허겁지겁 밥을 먹으면서도, 한동안 말을 못 했던 사람들처럼 음식이 식는 줄도 모르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층 바가 마감할 때 까지가 전부다.

마음이 조급한 탓이었을까, 서로에게 여행 계획을 누차 물어보지만 서로 다른 마을로 간다는 사실만 선명해질 뿐이다.

그렇게 이름밖에 모르는 서로에게, 여행자끼리 만나면 으레 하는 여행 이야기부터 나름 꽤 심각한 이야기들로 시간을 채운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러 나가니 그들이 보인다. 한동안 발걸음을 못 떼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쉬운 모양이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 여행자가 배낭을 내려놓더니, 멀티 툴을 꺼내어 오른쪽 어깨 끈을 자르기 시작한다. 그리곤 잘라낸 작은 배낭 천 쪼가리를 여자 여행자에게 내어준다.

뭔가 덧없이 순수한 그만의 기념 선물 같아 웃음이 났다. 배낭여행자들은 사실 기념품이 될만한걸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배낭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십 분여쯤 흘렀을까, 버스를 타러 가는지 같이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알까, 그들의 뒷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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