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와의 소개팅

이야기 하나

by 망고 파일럿



한국에는 아프리카 여행에 관한 정보가 다른 대륙 나라들에 비해 많이 없었으므로 정보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 곳이기 때문일까. 아프리카는 정말 원주민들만 사는 미지의 세계일까.

하지만 막상 아프리카에 가니 정말 많은 여행자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다. 그들은 일을 하러, 봉사를 하러, 액티비티를 즐기러, 휴양하러, 사파리 투어를 하러, 그리고 동물들을 보호하려는 등 내가 미처 다 상상하지 못한 참 다양한 이유로 아프리카를 찾았다.

리빙스톤에 도착하고 나서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번지점프대에서 번지도 해봤지만 영 흥미롭지 않았다.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다음날 같이 래프팅을 하자고 권유했지만 내가 여행을 틀리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녁을 먹고 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옆에 47살쯤 되어 보이는 백인 아저씨가 나에게 눈인사를 한다.

단단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인상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줄리안이라고 소개했다. 사파리와 관련된 일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그의 피부는 하얀색이지만 아프리카 사람이라는 것과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고향인 짐바브웨에서 살다가 피부색 때문에 쫓기듯 영국으로 갔지만 5년 살고 다시 돌아왔다는 것,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다는 것 들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액티비티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는 것, 쑥스러움에 먼저 잘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 것, 그리고 관광지 말고 진짜 아프리카를 보고 싶다는 것, 내가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의 딸 사진이 무척 궁금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나의 말을 듣고 리빙스톤과 멀지 않은 짐바라는 마을에 자기 친구가 있다는 말을 했고 내가 괜찮다면 소개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굉장히 예의 바르고 똑똑한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나에게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많이 알려줄 수 있을 거라 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받는 낯선 소개팅이었다. 그것도 살면서 ‘남자와’ 하는 첫 소개팅. 그날 저녁 그와 간단한 통화를 하고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통화가 끝나고 나는 줄리안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후 방으로 들어왔다.

막상 어두운 방에 들어와 누워있으니 걱정이 몰려온다.
내가 괜한 짓을 하는 걸까.
무얼 안다고 그에게 덥석 소개를 받겠다고 했을까.
혹시 다른 마음을 먹고 있진 않을까.

그날 밤 나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혹시 모를 마음에 손에 맥가이버칼을 꼭 쥐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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