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둘
다음날 아침 9시.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자 가슴이 더 뛰기 시작했다.
손에는 여전히 땀에 젖은 맥가이버칼이 쥐어져 있었고 나는 짐을 챙겨 20분 정도 일찍 바 앞으로 갔다. 혹시 멀리서 봤을 때 느낌이 좋지 않으면 도망갈 수 있는 여지라도 만들어 놓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에게는 그것이 최후의 보루였다.
시간은 눈치 없이 빠르게만 흘러가고 있었고 뒷목이 쭈뼛 땡기는 느낌을 받았다. 스물세 살의 젊은 청년에게는 꽤 버겁고 떨리는 소개팅이었다. 9시 정각이 되자 경첩이 닳아 헐렁거리는 바깥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곧 파란 셔츠와 검은 재킷을 멀끔히 입은 키가 큰 흑인이 들어온다. 파스웰이었다. 그는 나를 보고 마치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는 듯 한눈에 알아보곤 큰 입술로 큰 웃음을 짓는다. 그의 웃음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눈빛이 좋다.
줄리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려했지만 여행지에서 푹 자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깨우지 않았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던 일,
나는 파스웰을 따라 그의 마을, 짐바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