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한 아프리카의 거리는 대부분 쭉 이어진 2차선 도로 양쪽으로 단층 짜리 건물들이 나름의 색을 띤 채 테트리스의 조각처럼 가끔은 촘촘히, 때로는 듬성드뭇하게 줄지어 있다. 색은 보통 하얀색과 다른 원색이 섞여있는 모양새였다. 나름 강한 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었지만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에 있는 세련된 건물들에 익숙해져서 일까, 아니면 늘 봐왔던 새롭지 않은 원색이라서 그럴까. 어쩌면 내 편견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음베야 시내를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줄지어진 건물들에서 간판 없는 몇몇 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점 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에 걸음을 더디게 준다. 어떤 음식을 주로 파는지, 중국식 음식을 파는지, 아니면 현지 사람들이 간단히 때우는 식사인지, 혹은 여행자 대상으로 하는 나름의 정찬인지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간판 없는 음식점들 앞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구분해왔다. 이따금씩 냄새에 속았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음식 맛이 썩 괜찮았다.
여행한 지 보름쯤 지났을 땐 후각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후각 소믈리에 마냥 눈을 감고 킁킁 거리며 가장 고기 냄새가 진하게 나는 음식점을 찾고 있었다. 건물이 주로 도로 바로 옆에 있었기에 먼지 섞인 냄새에 공격적으로 맡아지는 기름진 고기 냄새. 이 정도면 맛이 훌륭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 문이 없었으니 그냥 걸어 들어갔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스와힐리어로 되어있는 메뉴판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단어라곤 고기와 밥뿐이었다. 그걸 주문하니 내 등 뒤에 있는 은색의 큰 드럼통 뚜껑을 열고 한 국자 푸짐하게 퍼서 준다. 여전히 냄새는 좋다.
고기 한 덩이를 씹었다. 매우 질기다. 생긴 것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맛은 그냥 그랬고 국물은 기름이 넘쳐났다. 어떤 동물의 고기인지 모르고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안 물어봤고 어느 부위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한 숟갈 뜰 때마다 수평계 안의 물방울처럼 예쁘게 떠있는 기름들을 보니, 이것이 기름 국인지, 고기국인지 이제는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기름을 먹으면 식도에 묻어있는 먼지는 쓸려가겠지’라고 나를 달래며 그릇을 비우기 시작했다. 이번 심사는 실패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여행 오면 다들 물갈이 한 번씩 한다던데, 기름 갈이 한 번 했다고 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