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여섯
파스웰의 누나가 식당을 해서 나는 끼니를 거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자주 먹었던 것은 술빵처럼 생긴 쉬마인데, 손으로 쪼물딱 쪼물딱 뭉친 다음 반찬하고 같이 먹는 것인데 꽤 맛있다. 셋째 날은 ‘맨날 쉬마만 먹으니 질리지?’ 하며 쌀밥도 해주었는데 아무튼 나는 그들에게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마을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밤, 나는 그동안 그들이 나에게 해준 것들이 너무 고마워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배낭 무게를 줄인다는 이유로 가지고 온 것이 거의 없었다. 배낭을 침대 위에 쏟아 건질 만한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여행할 때 입으려고 새로 산 흰색 옷과 검은색 옷 두 벌이 있다. KOCEBUKA에 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먹을거리를 찾아보니 고작 사탕 몇 개와 비상용 라면수프 2개뿐이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것으로 그들에게 라면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마을 상점들을 거닐며 튀겨진 꼬불면을 찾아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면이라곤 스파게티 면뿐이었다. 스파게티 면으로 라면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다른 상점들을 돌아다녔고, 마을에 있는 모든 상점을 뒤적거리고 나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스파게티 면으로 라면을 만들어볼 생각을 했다.
스파게티 면 한 개를 사서 파스웰 누나의 식당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스레인지가 없어 연탄불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고, 일 년에 관광객이 한, 두 명 올까 말까 한 작은 마을에서 동양인이 연탄불에 라면을 끓이는 모습은 장관이었으리라. 나는 파스웰 가족뿐만 아니라 근처 대부분의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채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연탄불 세기를 잘 몰라 금방 끓겠지 싶은 마음에 물을 평소대로 넣으니 물이 끓는데 30분이 걸렸다. 이미 물은 1/4이 날아갔고, 면을 넣으니 다시 끓어오르는데 20분이 걸렸다.
내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 것은 연탄불의 뜨거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파게티 면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이니 물이 거의 없어졌다.
라면수프를 급하게 뿌려 짜파게티 식으로라도 만들고 나니 보기에는 그럴싸하다. 간을 본다는 명목으로 한 가닥 집어 들어 맛을 보니 아뿔싸,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간은 짜고 면은 설익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일대로 모이고 파스웰과 그 가족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 되긴 됐다는 나의 말에 파스웰이 포크를 들어 스파게티처럼 돌돌 말아 한 입 먹고는 나에게 말했다.
“환상이야! 최곤데!”
그리곤 덧붙여서,
“정말 맛있어, 많이 먹어!”
하…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주는 이 배려심이란, 나는 감동의 떨림을 숨기지 못한 채 그에게 언젠간 꼭 제대로 해주겠다는 급한 약속을 했다. 결국 미안함 마음을 가득 안고 내 인생 최악의 라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