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와 정리를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괜찮은 사진들이 종종 보일 때가 있다. 내가 찍고자 했던 것보다 그 옆에 붙어 있는 것이 더 그럴싸해서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진을 보정할 때가 있다. 부족한 사진 실력 덕분에 얻어걸린 셈이다. 이번 여행도 다르지 않았다. 산맥의 웅장함을 담고 싶어 셔터를 눌렀더니 근엄한 표정의 라이온 킹이 찍혀 있었다.
라이온 킹을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2학년 때 남자 중 유일하게 음악수업에서 만점을 받았고 음악 선생님의 추천서로 둔갑한 노예계약서에 의해 학교 아카펠라 그룹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여자아이 일곱 명에 남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숫기도 없었을뿐더러 원치 않는 가입에 제대로 연습할 리 만무했고, 남자아이들과 놀러 다니느라 매번 빠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며칠 후에 있을 학교 축제에서 아카펠라 그룹이 노래를 부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노래는 라이온 킹 주제곡인 'The lion sleeps tonight'이었다.
이히이히히이~~ 위 옴봄 모훼~~
아 윔모엡뽀 윔모엡뽀
아 윔모엡뽀 윔모엡뽀
대충 이런 노래다.
들으면 알 것이다.
굉장히 흥이 나는 노래다.
변성기도 안 왔던 나는 여자아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남자라는 이유로 강제 테너가 되었다. 심지어 공연장소도 순복음교회였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소에서 전교생과 부모님, 선생님들 앞에서 공연을 할 생각에 더 이상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열심히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파트는 간단했다.
아 윔모엡뽀 윔모엡뽀
아 윔모엡뽀 윔모엡뽀
이 부분을 저음으로 간단하게 화음만 넣으면 되었다.
D-day였다.
정장이 없었기에 교복을 단정히 입고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아카펠라 그룹 소개가 이어졌고, 우리는 앞으로 나갔다. 눈앞에는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심장 떨리는 소리가 교회 밖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나는 맨 오른쪽에 섰고 노래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윔모엡뽀 또한 시작되었다.
아 윔모엡뽀 윔모엡뽀
아 윔모엡뽀 윔모엡뽀
다행히 가사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공연 또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저 윔모엡뽀가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