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둘
트레킹을 끝내고 내려와 방수는 완벽했지만 걸음마다 찢어졌던 바지를 대신할 것을 찾기 위해 포카라 마을 거리로 나왔다. 더 이상 방수가 잘 되는 등산바지는 필요 없었기에 가벼운 소재로 만든 알라딘 바지를 찾아보던 중 마음에 쏙 드는 바지 한 벌을 발견했다.
가격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이미 너무 섹시해져 버린 등산바지로는 걸어 다니기가 불편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를 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왔고 새로 산 쫀쫀한 알라딘 바지를 입는 순간, 아차 싶었다.
시스루룩이었다.
원단이 굉장히 얇아서, 검은색 바지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넓적다리는 바지를 뚫고 나와 그 본연의 색을 밝히고 있었다.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랑이가 찢어져 버린 등산바지보단 덜 섹시했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입고 다니기로 했다.
의도치 않게 민폐 여행객이 되었지만 날도 저물어가니 괜찮겠다 싶었다. 다행인 건 살이 비칠 정도로 얇아서 그만큼 통풍도 잘됐기에 저녁 무렵에는 시원한 게 썩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