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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Jul 13. 2021

우리 회사 비행기가 특히 안전한 이유

자고 일어났는데, 군대 동기 용인이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망고야, 토요일날 김해 오는 비행기 혹시 9시인가?”

“노노 ㅋㅋ 제주에서 부산 올라가는 스케줄이야. 왜?”


얼마 전,

노무사 시험에 합격하여 부산에서 개업을 한다고 갔던 친구라, 김해 레이오버 스케줄이 나온 김에 얼굴이나 볼까 하여 연락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주말이랑 겹쳐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한다고 나를 퇴짜놓았던 이 녀석에게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짜식.

그 사이에 내가 보고 싶었나 하여 뿌듯한 마음이 드려는 찰나,


“다름이 아니라 여자친구 여기 올때 너네 회사 비행기 타라고 했어.”


그럼 그렇지.

그래도 사랑에 아직도 이렇게 열정적임과 동시에 내 월급까지 챙겨주려고 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고마워서


“아쉽네. 내 비행기 타셨으면 온도조절 잘 해드렸을텐데.”

“안 그래도 여자친구한테 너네 회사에 내 친구 있어서 특히 더 안전하다고 했어.”

“정확하네.”

“자기 목숨을 세상 누구보다 귀하게 여기는 친구라서 안전 보장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바로 결제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도대체 용인이에게 어떤 친구인가 하는 물음이 드는 아침이었지만,

뭔가 틀린 말은 아닌것 같아서 따로 반박은 하지 못하였다.


그럴 일 없고,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혹여 내가 탄 비행기가 어떠한 비상상황에 걸렸음에도

안전하게 잘 착륙을 했다면


그건 뛰어난 조종실력 덕분이라기보단

살고자 하는 의지가 그 누구보다 강력했던 어느 부기장의 처절한 사투였음을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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