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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Aug 18. 2021

비행 중 오로라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



일몰시간과 이륙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은 스케줄에 비행을 하다 보면 이따금씩 마주하는 풍경.


해가 지고 나서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태양은 이미 퇴근해서 없지만 그렇다고 불빛이 아예 없지도 않은 상태.

어스름이 꺼져가는 노을빛 위로 무거운 푸른빛이 내려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요즘 새벽 출근이 많았던 탓에 노을 지는 것을 보기 쉽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주는 선물처럼 가끔 비행기에만 여덟 시간씩 있다 보니 아침에 출근한다 해도 노을 지는 것 까지는 볼 수 있게 되었다.


비행준비가 끝나고 승객분들이 탑승하시기 전,

잠깐 시간이 난 틈을 타 어여쁜 풍경을 연신 찍어대는 내 모습을 보시곤, 매번 같은 풍경이 아직도 예뻐 보이느냐는 기장님의 물음에


“기장님, 정말 볼 때마다 예쁜 것 같습니다. 나중에 비행하다가 커튼같이 생긴 오로라라도 보게 되는 날은 감동해서 울 것 같아요."


농담처럼 들리는 내 진심에, 기장님께선 예전 미주 노선을 다니며 비행을 하시다가 오로라를 종종 마주하셨다는 말씀을 듣곤,


“혹시 기장님도 감동의 눈물이 나셨습니까?”

“오로라가 많이 보이면 그만큼 방사능이 많은 거야”

"아하?"

"건강이 나빠질 것 같아 눈물이 나던데?"


아하?


오로라를 보고 눈물이 난다면,

내 건강이 방사능과 친해져서 눈물이 나는 것이라니


그래도 아무렴,

건강쯤이야

오로라와 맞바꾸는 건 아깝지도 않다.


물론 오로라가 비행기랑 쪼오금 멀리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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