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득 생선에게 미안해지는 밤

by 망고 파일럿


밤 시간에 제주에서 이륙을 하다 보면 보이는 수많은 어선들, 하늘을 그대로 본떠서 바다에 수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선들은 저마다의 불빛을 밝힌 채 제주 앞바다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


괌으로 가는 비행 중, 제주 앞바다 만큼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보이던 바다 위 어선들



반짝반짝 떠 있는 수많은 어선들을 보며 가끔은 바다가 아닌 하늘에 떠있는 별과 비슷해 보일 때가 있는데, 하늘에 거울을 대면 이렇게 보일까 생각마저 든다.


비행기를 안정궤도에 올려놓고 바다를 힐끗 곁눈질하며 속으로 그 풍경에 감탄하고 있는데, 옆에 계신 기장님께서도 나와 같은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셨는지 바다를 뚜렷이 쳐다보시다가 말씀하시길


"물고기들 참 살기 힘들겠다."

"왜요?"

"이렇게 배가 많은데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 "

"아 그렇죠."

"오늘 살아남아도 내일 잡힐 수도 있잖아. 이러다가 생선 다 사라지는 거 아니야?"


그러다 내가 번뜩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근데 기장님, 생선은 알 낳을 때 수백 마리씩 낳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근데 사람들이 수백 마리씩 먹잖아."

"아 그렇죠."


생각해보니,

회로도 먹고

구이로도 먹고

찜으로도 먹고

조림으로도 먹고

말려서도 먹고

알도 구워 먹고


문득 생선에게 미안해지는 밤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장님과 내가 우리 회사에 뽑힐 수 있었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