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시간에 제주에서 이륙을 하다 보면 보이는 수많은 어선들, 하늘을 그대로 본떠서 바다에 수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선들은 저마다의 불빛을 밝힌 채 제주 앞바다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
반짝반짝 떠 있는 수많은 어선들을 보며 가끔은 바다가 아닌 하늘에 떠있는 별과 비슷해 보일 때가 있는데, 하늘에 거울을 대면 이렇게 보일까 생각마저 든다.
비행기를 안정궤도에 올려놓고 바다를 힐끗 곁눈질하며 속으로 그 풍경에 감탄하고 있는데, 옆에 계신 기장님께서도 나와 같은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셨는지 바다를 뚜렷이 쳐다보시다가 말씀하시길
"물고기들 참 살기 힘들겠다."
"왜요?"
"이렇게 배가 많은데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 "
"아 그렇죠."
"오늘 살아남아도 내일 잡힐 수도 있잖아. 이러다가 생선 다 사라지는 거 아니야?"
그러다 내가 번뜩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근데 기장님, 생선은 알 낳을 때 수백 마리씩 낳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근데 사람들이 수백 마리씩 먹잖아."
"아 그렇죠."
생각해보니,
회로도 먹고
구이로도 먹고
찜으로도 먹고
조림으로도 먹고
말려서도 먹고
알도 구워 먹고
문득 생선에게 미안해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