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을 위해 활주로 앞에 서서 정지하고 있었다.
대기하라는 관제사의 지시에 혹시 착륙하기 위해 접근하는 항공기가 있나 보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다.
기장님에게 말했다.
“기장님 접근중인 항공기가 안 보이네요."
“난 보이는데. 저기 혹시 작은 거 안 보여요?”
“어디요?”
뚫어져라 쳐다보니 경비행기 세스나 한 대가 툴툴툴툴 하며 잘 내려오고 있었다.
기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세스나 입장에서 우리같이 큰 놈이 활주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하겠지?”
기장님의 말을 듣고 생각나는 미국에서의 비행.
학생과 교육비행 중, 랍스터를 먹고 싶다는 학생과 함께 세스나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산호세 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공항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활주로 정지선 뒤에 보이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southwest의 737 비행기 한 대.
학생이 나에게 말했다.
“교관님, 속도 더 빨리 해서 갈까요? 쟤가 우리 기다려요."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가요. 우리 여기서 좀 더 빨리 간다 해도 저 친구 입장에선 티도 안 나요. 근데 좀 상황이 재밌지 않아요? 쟤 입장에선 우리가 얼마나 답답할까."
쉽게 비유를 하자면 두 살배기 아기가 나에게 기어 올 때 후륜으로 기어 오는지 사륜으로 기어 오는지 상관없이 나에게는 그저 아기가 기어 오는 것일 뿐, 그 속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 와중에 우리 같은 쪼꼬만 세스나를 기다리고 있는 737의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사실 별것도 아닌데. 근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국제공항에서 승객들 탄 여객기가 이륙해야 하는데 어디 쩨꺼만한 세스나가 빨빨빨빨 자기도 착륙 좀 하겠다고 오고 있는 모습이 좀 웃기지 않은가.
아무튼 그때의 생각이 났다.
기장님께 말했다.
“아마 저분들 우리 보면서 신났을 거예요."
그 뒤에 차마 ‘제가 그랬으니까요 기장님’ 이란 말은 덧붙이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