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소한

by 현진현
文廟(Hanoi), 2010


비틀즈 노래 중에 <Here, There & Everywhere> 뭐, 그런 노래가 있다.

부처 오신 오늘 아침 8시쯤 기타를 치면서 그걸 불렀다.(침실을 나서면서는 잠든 그녀에게 10시라고 뻥을 쳤다.) 이 노래는 한두 소절 진행되면, 다른 노래처럼 다시 시작된다. 그 부분, 뭔가 태도를 바꾸지만 산뜻하고 아름다운 새로운 멜로디가 처음처럼 시작되는 그 부분이 무지 사랑스럽다. 물론 앞과 뒤의 파트가 크게 이질적이진 않다. 여하튼, 그렇게 거실로 나와서는 시다모를 한 잔 말아마시는데 문득 ‘기획’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천 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를 외곽 지원하거나 그러는 척하는 개량한복파(나는 그렇게 불렀다.) 아재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만만해 보이는지 뭔 말이나 막 던지는 거였다. 이들은 뭔가 국민들을 즐겁게 할 건 없나(혹은 관심을 돌리거나 호도하거나) 하면서 늘 두리번거렸다. (실제로 눈알을 막 굴림. 두리번파라고 부르까?) 그런 제스처들은 전두환과 허씨 일파의 <국풍 81>을 떠올리게 했다.

두리번파는 그런 고민을 기획이라고 불렀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또렷하게 ‘기획’이라고 자신들의 업무를 정의한 사람들이었다.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그 오만함을 기획이라고 불렀던 거다.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를 경험해보세요

- 아로나민골드


술을 잠시 끊기로 하고 대차게 2차까지 네댓 병을 마셨다. 그리고선 진짜 끊어버렸다. ‘마신 날과 안 마신 날의 차이’는 예상대로 명확했다. 또렷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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