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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각’과 ‘말’ 그리고 ‘글’의 상관관계를 알아볼까? 글쓰기 ‘기술’보다 이게 더 중요해. 이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쭉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야. 최소한 글쓰기의 원리는 알게 되는 거고. 아빠가 농담을 즐기지만 지금은 진지해요.
우리는 미지의 언어로 생각한단다. 생각은 형태가 없어. 아니 있긴 있는데 알 수 없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태나 색채, 또 생각과 감정이, 말이나 글이 되긴 할 테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야. 그래,
생각도 이미 하나의 언어야.
말이나 글처럼 소리나 시각적인 것이 아닌 일종의 미지의 언어라는 거지. 그래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 말이나 글의 형태가 되는 거야. 그 생각이 예술적인 언어라면 그 생각이 음률이나 리듬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우리 그런 말 종종 쓰잖아.
그게 말이 돼?
말 자체를 힐난하는 건 아니잖아. 맞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라는 뜻에 가까워. 생각이 시작이지.
그러나 저러나 말은 어쩌면 쉬워. 생각을 ‘시간 속’에 펼쳐내는 거니까. 다시 말하면 청자의 반응을 보면서 생각의 의도대로 맞춰나갈 수 있잖아.
반면 글이 어려운 건, 글은 ‘공간 속’에 펼쳐내기 때문일 거야. 네 생각을 약속된 ‘문자 언어라는 기호’를 통해서 표현하는데 지면이나 모니터 같은 2차원적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지.
‘서예(書藝)’라는 예술 분야가 있어.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캘리그래피’야. 그림이지만 텍스트를 활용한 그림이야. ‘문자 그림’ 정도로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시각적 요소보다 ‘음운’과 ‘단어(용어)’, ‘문장’, ‘문단’이 서로 품고 밀어내고 섞여서 빚어내는 감각적 요소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하는 ‘문자 언어’야. 그래서 이런 명제가 성립할 수 있어요.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글로 쓴다.
배가 고플 땐 ‘배고파’라고 말하듯 글로 써 봐. 멋진 옷을 봤을 땐 ‘멋지네’라고 말하듯 글로 써 봐.
말하듯 글로 써 봐.
‘말하듯’ 쓰면 말과 글이 뭐가 달라?라고 할 수 있겠지? 다시 말하지만 언어의 시작인 생각은 말보다는 글이야. 생각은 생각만의 내제적 독자성을 지닌다고 할까? 그래서 ‘말하듯’ 써도 말과는 다른 거야. 이 문제는 차차 알아가기로 하자. ‘아빠 얘기가 다 맞는 것도 아닐 테고.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각이 가장 중요해.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글쓰기가 뭐 이리 어렵냐고? 아빠 글이 어렵다고? 기다려줘, 다음 수업부턴 진짜 재밌는 글쓰기 수업 시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