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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쓴다는 것은, 글쓴이의 경험이 값지다는 뜻이야

by 현진현

아빠의 글쓰기 특강 마지막 이야기는 '경험'에 관한 거야. 엄마가 아빠에게 종종 강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 그렇게까지 경험을 할 필요는 없어. 다만 엄마가 자주 하는 얘기처럼 짐작할 바엔 직접 확인하고, 소유할 바엔 '경험하라'는 거야.


소유보다 경험


시간이나 금전이 여유가 있을 때 무엇을 사기보다는 여행을 가는 게 좋다는 이야기야. 이 덕목은 글쓰기와도 직결돼.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취재 말고도 여행 가는 것을 즐기거든. 이유가 다 있는 거지.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는 흔히 '만들어진 이야기'로 이해하기 쉽지. 상상이나 허구라고 하잖아, 소설을. 그런데 말이야, 그런 게 아냐. 상상은 한계가 있어. 실제의 조합일 뿐이야. 용은 상상의 동물이잖아. 동물의 다른 부분들을 조합하는 상상, 또 동물의 형태를 과장하는 상상... 그런 실제를 활용한 상상이야.


경험은, 글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확장 가능성이다.


명백해. 소설도 그렇지만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경험치'에 불과해. 경험 속에는 몸과 마음이 겪은 모든 것이 들어있잖아. 경험은, 글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확장 가능성이야. 우리는 '경험 안'에서만 글을 쓸 수 있어. 또 '경험으로부터 확장'이 가능해. 그만큼 경험은 곧 글의 수준과 맞닿아있어.

글이 달라. 직접적으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이든 에세이든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여건에서 쓰는 글은 글의 장르도 달라지지만 장르를 떠나서 '다른 글'이야. 경험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빠는 취재를 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며칠간 집을 떠나기도 해. 조선의 이순신 얘기를 쓰기 위해서, 이순신의 칼을 보기 위해 몇 달을 매일 박물관을 들렀다는 어떤 소설가의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지?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글쓴이의 경험이 값지다는 뜻이야.


경험이 글을 값지게 만들고, 글은 경험을 값지게 만들어.

봐봐.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은 동시대 직접 마주했던 인물에 대한 비평이야. 비행하다 실종된 생떽쥐베리의 글은 비행의 경험이야.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항쟁에 대한 감정적 직접 경험이야.


너희들의 글은 너희들의 경험치야.


경험을 경험의 값어치로 남겨놓으려면? 맞아. 글을 써. 오늘은 어떤 경험을 했어? 연애시절 엄마는 이 말을 이렇게 표현했어!


"진현 씨! 오늘은 또 무얼 건져 올렸어요?"


값진 경험을 글로 들려줘, 엄마에게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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