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글쓰기 특강 (2)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한 인문학적 행위입니다. 누가 아니라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습니다. 이태준 선생이 '문장강화'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도 글쓰기 공부입니다만 그런 문장이라면 요즘은 AI도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의 성격은 파편화된 것들의 연결과 그 연결의 순환에 있습니다. 인문학적 지식 하나하나가 서로 관련성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다가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낸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령,
여러분은 '찬 위에 뿌려진 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묵을 볶고 그 위에, 시금치를 무치고 그 위에, 우엉을 조리고 그 위에, 오이탕탕이를 만들고 그 위에, 찬마다 그 위에 깨를 뿌려 놓았습니다. 깨를 뿌리면 더 맛있나요? 맛있죠! 영양도 더할 겁니다. 깨의 인문학적 태도는 무엇일까요?
'이 반찬 당신이 처음 먹는 거야'라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당신이 먹길 바라면서 이 찬을 만든 거야'입니다.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해',라는 겁니다.
찬 하나지만 밥 한 공기 뚝딱 먹죠. 그런데 깨는, 온갖 다른 역할도 합니다. 시금치 위에 뿌린 깨는 칼슘으로 요로결석을 막고, 검은깨는 영양분도 풍부합니다. 참깨만 해도 이 정돈 데요. 들깨는 또 깻잎이 끝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깻잎을 뒤집어서 싸 먹습니다. 혀에 닿는 부분이 더 부드럽습니다. 라면에도 다 끓였을 때쯤 파가 없다면 깻잎입니다. 아무튼,
깨는 한 상의 식사와 한 사람의 사람에 대한 마음을 완결시킵니다.
여기 아주 예쁘고 듬직한 벽돌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문장입니다. 건축에 있어서 그 벽돌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벽돌 전체가 모여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듭니다. 그런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atmosphere: 피터 춤터)를 형성해 냅니다. 건축적인 것과 같은 그런 글쓰기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건 문체(style)와 관련이 있지만 곧 문체인 것은 아닙니다. 글쓰기 구성의 형식적인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