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디면 온몸이 스르르 내려간다. 한 번 들어서면 다 내려갈 때까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차, 싶어 에스컬레이터를 벗어나려 한다면,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돌아서서 미친 듯이 사람들을 밀치고 역회전 볼을 던지기 위해 '악착'스럽게 그립을 잡듯이... 아니라면 영화에서 보았듯 온몸을 넘겨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그러다 다치기도 하겠지. 하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것보단 나을지 모른다.
인생은 엘스컬레이터 일까 엘리베이터일까 모른다. 분명한 건 내가 지금 타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따위에 목숨을 태워놓았다는 것이다. 모양 좋게 입버릇 하는 사람들은, 삶이라는 흐름에 몸을 맡긴다고 한다. 부정할 수 없다. 맡겨진 인생을 부정하기는 곤란하다. 삶을 들어내는 행위가 거기에 있다. 에두아르드 르베의 권총은 그쯤에서 삶을 흐름으로부터 격리시켰다. 그는 생의 주제를 정확하게 가다듬어 온 것이 분명하다. 선바위역 1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