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물에 있다는
Meiner geliebten Marianne - der (?...) Frau mit kleinen Fehlern auch Beethovens Werke waren nicht alle vollkommen 23. 24/Oktober 1974 Dein Peter
나의 사랑하는 마리안네에게 - 자잘한 결점이 있는 여성에게 베토벤의 작품도 모두 완전하지는 않았어요. 1974년 10월 23/24일 당신의 페터가
(아마도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중고 LP 박스반을 샀더니 박스 안쪽에 적혀있던 메모라고 한다.
박스반이라는 점을 두고 곰곰 생각해보면 베토벤의 완전하지 않은 작품집은 과연 무엇일까. 불완전한 것은 무엇이고 완전한 것은 무엇일까?
언젠가 쑥(우리 팀에 있던 카피라이터)이 무등산에 올랐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알려주었다는 건데,
세상의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과연 그렇다.
안동에 가서 돌담을 유심히 바라보면, 굳이 그럴 것 없이 주변의 커플들을 보거나 눈 앞의 거리만 훑어봐도 마치 세상이 요철인 듯 튀어나오고 쏙 들어가서 맞아 들어간는 것을 알게 된다. - 제각기 생긴 돌 조차도 맞아 들어가 반듯한 담벼락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화로운 그것들이 각기 명과 암이고, 서로가 명이 되고 암이 되기도 한다. - 이 세계가 무섭도록 헐겁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Zagrev, 2015
완전한 사람도 없고 완전한 카피도 없다. 그림이 기가 막히게 좋으면 카피는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이다. 음악의 성인 베토벤은 정말 까칠한 사람으로 기록에 남아있는 것이다. - 내가 누군가에 고집 센 아저씨처럼 느껴지는 대신에 최소한 나는 당신을 그 까칠함 이상으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명이자 암일 것이다. 그런 것이다.
마리안느, 그럼에도 당신의 베토벤은 몇 장이었고,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 페터가 마리안느에게 주었다면 교향곡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스라면 피아노 소나타집이었거나 현악사중주집이었을 것이다. 페터는 무엇을 완전하지 않다고 했을까.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2010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알 수 없는 표류를 담고 있다. 좁은 수로는 딴따라의 인생을 순환시킨다. (오래전에 구매했던 책 녹턴은 알라딘으로 팔려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여주인공의 이름이라도 기억해보려 하는데 말이지.)
인생에는 목표가 있어야 해, 나의 목표 말이지. (하다못해 문단은 적어도 넉 줄 이상 쓰자고, 하는 그런) 그런데도 난 가끔 가즈오 이시구로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유한한 존재로 살아가면서 - 그렇다, ‘살아가면서’ - 체감하는 ‘체감 그 자체’가 삶의 목표라면 기꺼이 이해한다.
우리(이런 표현 미안하다)는 지저분한, 이런 몹쓸, 이런 민망한, 이런 참담한 순간과 맞닥뜨리고 ‘이렇게 살아야 해? 내려놓자’라고들 속삭인다. 그런데 여보세요, 우리의 인생의 반이 그런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