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좋아하는
글쎄, 분노가 없어지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종종 어지러워요. 물리적으로 어지러운 거죠. (아무래도 치료를 받아봐야겠습니다만.) 억울한 것도 없어져요. 별로 억울하지 않습니다. 값비싼 새 물건이 고장인데도 억울하지 않더군요.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하면, 뻔하다 하실 텐데 진짜 잘 안 보이고요. 저는 콘택트렌즈 때문에 특히 더 그럴 거 같습니다만. (눈물을 가지고 다닙니다. 요즘은 병원 처방을 받아야 싸게 사는 그 눈물.)
아득바득 최고조에 이르는 텀이 짧았습니다. 그리고 쉽게 포기하고... 그랬었습니다만 이제 그런 거 없습니다. 뒤에 서고 싶고, 뒤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바른 사람 쪽으로 조금은 변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보다는 저녁마다 아침마다 깔끔하게 씻어내는 것을 더 선호하구요. 어린아이가 넘어지면 빨리 가서 일으켜 세웁니다. 넘어진 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집니다. 저 때문에 넘어진 것도 아닙니다만. 무엇보다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가지고 다니는 그 눈물이 아니라 자주 운다는 뜻입니다.) 저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해져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기피하게 됩니다. 가급적 누구든 만나지 않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나면 너무 반갑습니다.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다짐을 하고 그 다짐을 지키게 됩니다. 젊을 적에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묘한 것에 대해 글로 표현해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 자주 들리면서 시집을 빌려 읽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장석남 시인의 신작 시집을 빌려왔습니다.
제게 싫은 소릴 하는 사람도 미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려니, 한다고 날 또 미워할까요? 그럼 점점 더 안 미워지게 되려나요?
R. Schumann : Kinderszenen
Clara Hakil, 1955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틈이 나면 우리는 산책을 갑니다. (오늘은 졸린다며 초저녁에 누웠네요.)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날도 많습니다. 아내도 저도, 그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인을 이해하려고 듭니다. 이해할 수 없겠지요? 이런 의심이 생기는 것도 나이 탓이려나?
걷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합니다. 운전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는데도 늘 차를 몰아서 다녔던 제가, 이제는 걷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술만 줄이면 진짜 어른이 될 것만 같습니다.
타인을 비난하기 싫어집니다. 어제 비난했더라도 후회하게 됩니다. 나를 칭찬하기 싫어집니다. 조금 전 자뻑했더라도 지금 후회합니다.
나 자신이 쓰레기라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그 누구에게도, 세상 그 무엇에도 피해를 주기가 싫습니다. 존재 자체가 피해라구요?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온갖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에 서너 번, 아내가 보고 싶습니다. 다시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