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여행지에서 사 온 LP를 듣고 있다. 빌헬름 켐프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재킷부터 연주까지 마음에 든다. 나는 딱 석장을 사 왔는데, 이것 말고도 아트 페퍼, 아트 파머의 레코드를 골랐다. 여행지에서 공수한 레코드들은 왜인지 질리지 않고 감성적으로 듣게 된다. 레코드 말고도 아내의 동네 친구 H 씨를 위한 선물용으로 스타벅스의 머그컵도 샀다. 그 여행지의 전통과 현재가 일러스트로 그려진 컵이다. H 씨가 모은다는 그 컵을 선물하려다 그냥 아내가 쓰기로 했다.
- 아마 H는 여러 번 그곳을 다녀왔을 거예요. 일부러 친구들에게 얘길 안 해서 그렇죠. 그 컵도 많을 거라고.
- 그래도 선물하는 게 좋지 않을까?
H 씨네는 좀 부자인 듯하다. 덕분에 아내나 주변 친구들은 가끔 호사를 누린다. 한 번은 LA에서 그 무거운 머그컵을 최소 네 개를 공수해 왔다. 내가 누구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H 씨나 그 남편의 됨됨이도 꽤나 멋진 것 같다. 지지난 겨울이던가, 동네 횟집에서 우연히 부부를 마주쳤다.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서서 인사를 해서 '아, 저 부부는 상당히 깍듯하네'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암튼 부자든 그렇지 않든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H 씨에겐 두 딸이 있고 각종 고민이 5~6인분 쯤 있는 것 같다. 산책길에 H 씨의 최신 고민을 들었다. 아마 고민이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들려주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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