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헛되지 않다

책을 읽으며 글쓰기

by 현진현

어떤 이의 억양을 빌려서 말하자면

'이런 시대에 책을 읽는 것 말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책은 진통제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

통증이 가신다.

책에 든 사람들의 생각을 먹고 아픔을 가라앉힌다. 가라앉은 슬픔을 딛고

글을 쓴다.

결코, 아픔은 헛되지 않다.


*

요 며칠, 마구 읽었다.

지칠 때까지 읽었다. 설산을 오르는 가방에도 단편모음집을 넣어두었다. 돌아오는 버스에는 조명이 없어 아쉬웠다. 글들은 서로 닮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글감이 되는 모양이다.


*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 그 사람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지금 책을 읽고 있지 않다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할까?


책을 읽는다는 건, 감히 한 사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은 언제나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한다. 그리고 그 메모를 통해

글을 쓴다.

수많은 메모는, 그 필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글과 책으로 변신한다.

대학시절, 여름 방학. 전설의 600권 선배가 있었다. 물론 풍문으로 들었다. 그를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그리고 다들 600권을 읽었다는 떠벌이 선배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나는 상상한다. 그는 지금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미디어에 얼굴을 자주 내미는 작가는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모를 뿐, 그는 틀림없이 작가가 되었을 것.


책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된다. 읽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가 없다. 글과 책은, 이미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글을 쓴다. 또는 글과 책이 이미, 거짓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써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갓 **책이라는 것은 없다. 모든 책은 당신의 거울이다. 책이 당신을 비춘다. 그래서 먼저, 책에 대한 반응을 글로 써라. 그것이 서평이다. 서평은 책에 대한 것인 동시에 당신 자신에 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 그 누구가 쓴 글이든 책이든 그것은 아픔이고 기쁨이고 슬픔이며 노함이지만 헛되지 않다. 당신의 글쓰기로 인해서 말이다.



DSCF0598.jpeg 내가 쓴 책, 다시 복기해 본다.



카프카의 묘비명은 이러하다.


내면을 사랑한 이 사람에게 고뇌는 일상이었고
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한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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