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씩씩한

by 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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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의 혼사에 다녀왔다. 겨울의 광화문이 싫지 않았다. 가는 길도 금세. 결혼식장이 있는 건물의 1층에 도착해서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를 기다려서 룽고를 한잔 마시다말고 식장으로 내려갔다. 신부의 아버지가 부부에게 당부하는 격려사가 있었다. 그가 바로 클라이언트였다. 얼마전 함께 갔던 일본 출장에서, 나는 그가 메모지 가득 뭔가를 적고 지우고 다시 적고 하는 것을 보았다. 오늘 그것을 읽는 날이었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그 말들은 감동적이었다. 내 옆에 앉아서 그 말들을 듣던 대표가 눈물을 흘리다말고 식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의 충열된 눈은 새로웠다. 아마도 딸이 떠올랐으리라.


20여 년 전, 내 결혼식이 생각났다. 선생님은 오시질 않았다. 뒤에 알게 되었는데, 교통사고가 있었다. 선생님은 결혼을 반대하셨다. 반드시 결혼을 하겠다면 부자와 하라고 알려주셨다. 그래야 '글'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하셨다. 상경하는 나에게 두 가지를 당부하셨다. '글'을 위해서 언젠가 직장을 그만두라. '글을 위해서'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하라. 그것이 글을 위한 것인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몰랐다. 나는 곧 글쓰기를 관뒀다. 제2외국어가 아니었어도 대학원시험에 탈락했을 거다. 당연히 시험을 보지도 않았다. 가난한 아내와 결혼해도 행복했다. 늘 돈에 시달려도 즐거웠다. 단 한 가지 : 글을 쓰지 않아 불행했다. 사실 내가 쓰는 것들은 애초에 '글'이라기 보다는 '문장'에 가까웠다.

그저 맞는 문장.

정도였을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기대하셨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씩씩하게 읽고 쓴다.



*

클라이언트 회장님과 몇 번이고 악수를 했다. 광고를 잘 만들겠습니다, 하고 생각했지만 회장이 건네시고자 했던 말씀은 달랐을 것이다.

광고라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오. 매출이 오르지 않아 내가 당신과의 관계를 끊더라도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아니니 섭섭치 말고. 그저 반가워서, 그저 함께해서 악수하는 것이고. 그저 좋으니까 손을 잡는 것이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아, 고민스러워라. 클라이언트의 세계관과 광고회사의 세계관이 일치하는 부분은 의외로 없다. 반드시 내가 지켜야 할 것 : 클라이언트와 소비자 사이에서 완충할 것. 한쪽의 입장에서 한쪽을 설득할 것. 묵묵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소상하게 던질 것.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브랜드, 식품이라면 그것을 사랑하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그 식품을 먹을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만 안다. 그런 다음에야, 브랜드의 가치를 비물리적인 것으로 환산하리라.



*

얼마 전 출장에서 도쿄타워를 본 이후로 자꾸만 말러의 9번 교향곡이 떠오른다. 오늘은 광화문으로 가는 길에 서울타워를 보았다. 영화, 도쿄타워에서 그 말러는 누구의 연주였을까? 아마 존 바르비롤리였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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