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서 잠금해제

해주에게

by 현진현

[밀어서 잠금해제]


현해주가 또 스마트폰을 망가트렸다.

떨어트렸다고 하는데 해주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자주자주 떨어트렸다고.

망가진 화면은 언뜻 보면 비구상 디지털 아트와도 같다.

해주에게 내 아이폰(7인가? 아마도)을 주자.

그러자면 내게도 다른 전화기가 필요하겠지?

뒤적뒤적을 깊고 깊게 해서 찾아낸 아이폰4.

전기를 먹이고... 눈물 나게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게 아니라

눈물이 나고 있는 상황을 만들고야 마는

이제는 없는 카피,

"밀어서 잠금해제"

(당기면 잠금이야?)


수많은 비밀번호들, 정확하게는

수많은 비밀 문자가 섞인 비밀번호들.

나는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다.

욕심에, 요구에 - 심지어 컴퓨터가 요구한다 -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암호를 풀어낼 수가 없었다.

절망은 이런 간단한 곳에서도 온다.

밀어서 잠금해제.

잡스가 숨기고 간 희망이라는 선물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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