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윌슨의 목소리
당신이 태어났을 때의 공기는 어떠했나요? 문득 그런 것들이 궁금해져요. 밤이었나요? 낮이었나요? 당신이 태어나던 날, 차들은 어떤 바퀴를 달고 달렸나요? 그때의 택시에는 어떤 색깔을 칠했죠? 당신의 고향은 시골이어서 택시가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당신이 태어나던 그 시절 버스 창가에서는 어떤 냄새가 났어요? 아, 당신이 그리워질 때가 종종 생겨와요. 그러다 점점 더 자주 보고 싶고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치고 싶어 집니다.
Cassandra Wilson
Glamoured, 2003년
2000년대 초반이었다. 강남역에도 교보문고가 크게 생겨서 뛸 듯이 좋아했다. 핫트랙스 때문이었다. 어떤 레코드를 정해서 사러 간 적은 거의 없고, 퇴근길에 수많은 레코드를 구경하며 고르고 골라 보통은 한두 장씩, 많게는 열 장 정도 사 오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즈 레코드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핫트랙스 명찰을 단 젊은 직원 한 사람이 다가와서는 "이거 들어보셨어요?"라고 앞뒤 없이 물어왔다. 점원이 먼저 레코드를 권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때 그 점원이 꺼낸 음반이 카산드라 윌슨의 '트래블링 마일즈'였다. 그 점원은 자신이 재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시 윌슨의 '글래머드'도 꺼내서 권했다. 그러면서 다시, "LP도 들으세요?"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 시절에도 여전히 바이닐 레코드를 듣고 있었다. 그가 LP로 권했던 레코드는 에릭 트루파즈의 [The Walk Of The Giant Turtle]이었다.
나는 카산드라 윌슨과 에릭 트루파즈를 얼른 듣고 싶어 졌고 그 세 가지 레코드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놀랍게도 그 점원은 자신이 레코드 값을 치르고 싶어 했고 LP를 기어코 자신의 신용카드로 계산했다. 기억에, 그 이후에 나는 강남을 자주 들리지 못했고 다시 그 점원을 찾아보았지만 광화문에서도 강남에서도 잠실에서도 대구에서도 그 점원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점원 덕분에 난 석 장의 명반을 즐기는 생을 보내고 있다. 카산드라 윌슨의 '글래머드'는, 또는 여기서의 그녀의 목소리는,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쓴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미발표작과도 같은 느낌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