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와 짐 홀
뻔한 인터뷰 말고요, 요즘은 인터뷰에 꽂혔습니다. 대략 20년 전에는 자서전을 좋아했었습니다. 자전소설도 많이 읽었죠. 최근에 하루키와 젊은 여자 소설가의 인터뷰를 읽고 있습니다. (책이 어디 갔지?) 그러면서 속마음은 내 아버지와 인터뷰해보고 싶은 겁니다.
아버지께 뭘 여쭈어보면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아버지 저는 어떻게 태어났습니까?'라고 말씀드리면 돌아오는 말씀이 매우 세부가 살아있어서 생생해서 좋은데 문제는, 반복을 거듭하시면서 대목마다 상당히 깊고 넓게 들어가시는 겁니다. 우체국에서 일하셨던 아버지는 가령, '그때 체신부 장관은 오명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풍채가......'라고 넓이를 가져가시다 '당시 나는 다이어리에 연필로 일정을 정리했단다, 왜냐하면 지우개로 고쳐쓰기 좋았거든. 오명 씨가 우체국을 방문했던 날짜가 연필로 적혀있을 거야.'라고 세부를 확인하시는 식입니다. 좀 앞으로 갔다 싶다가도 다시 돌아오시곤 하죠.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 제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잘 정리된 인터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루지 않고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이력을 곧 여쭙게 될 것 같습니다.
음악적 인터뷰의 좋은 예로 빌 에반스와 짐 홀이 있습니다. [Undercurrent]라는 앨범입니다. 아무래도 음악이다 보니 감탄사 격으로 'Comping'이라는 걸 하죠. 인터뷰라고 하기엔 좀 그렇게 됩니다. 앨범이 진행하다 보면 두 사람은 사근사근 대화하고 무르팍을 치며 서로 감탄하고 말과 말이 엉켜서도 아름다워지는 2중창의 리트처럼 혼연일체의 경지로 갑니다. 그렇다 해도 서너 번 들을 땐 그저 사이좋게 놀고 있는 어린아이 한 쌍 같기도 합니다.
'당신만의 바다는 어디입니까?'라고 묻더군요. 수년이 지나 돌이켜보면 그건 바다의 지정학적 위치를 묻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다를 지켜보는지, 세상을 지켜보는지,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그런 것을 묻는 것이었죠. 사실 바다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꼭 빼닮았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바다를 마주하면 제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데요, 그게 아마 아버지께서 이력의 말미에 결론으로 들려주실 말씀 아닐까요?
Bill Evans & Jim Hall
Undercurrent,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