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쁨

카피 다시 쓰기 No.18

by 현진현

기억에,

필기구 브랜드 'LAMY'의 브랜드 슬로건은,


Pleasure In Write


쓰는 기쁨이라니!

글자를 쓰는 이 물리적인 플레저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만년필, 볼펜, 연필 중에 한 가지는 아주 좋아하기 마련이다. 또 이런 사람 중에는 비물리적인 글쓰기 , 그러니까 글자 쓰기가 아닌 글쓰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또 청탁을 받고 원고를 써서 원고료를 받는, 그런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먹고 마시는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삶을 견뎌가는 편이다. 그 사람은 '글쓰기'라는 석 자 속에 '언어'라는 도저한 상징이자 실체가 있다고 믿고 있다. 단순히 표현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성 그 자체로부터 유래한 어떤 행위'가 글쓰기라고 그는 믿는 것이다.

요컨대 그에게 글쓰기는 삶이다.


먹고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쓴다


'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아서 쓰는 행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쓰면 되니까.

진짜 문제는 '먹고살기 위한 글쓰기'에 있다.

최근 떠들썩한 '문학상'은 '쓰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는 작가의 자존감'을 '먹고살기 위한 비문학성'으로 치환시켜버린다. 보통 그런 경우,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작가라면, 자신의 글을 '소비시킨다'는 태도보다 '사람과 세계를 잘 드러낸다'는 신념 어린 태도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물론 그렇지 않은 작가 아닌 작가들도 다수 있겠지만.

그렇거나 말거나 쓰는 기쁨'의 주체는 그 누구보다 글쓴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상업광고를 만드는 카피라이터의 카피는 좀 다르다.

카피라이터는 사실상 '먹고살기 위해' 쓴다. 카피를 소비시켜야만 하는 운명인 셈이다. 하지만 카피라이터도 충분한 작가인지라 '쓰는 기쁨'을 누린다.

모쪼록 카피가 어떤 카피가 되든 '쓰는 기쁨'은 고스란히 라이터(writer)가 누렸으면 좋겠다. 어쩌면 상업광고의 카피는 '읽히는 기쁨'이 곧 '쓰는 기쁨'이 될 수도 있겠지만.


P.S.

오래전, 여러 사람들의 글을 묶어 책을 내는데 내 졸고가 실리는 경우가 두 번 있었다. 두 번 모두 고료를 받지 못했다. 두 경우가 조금 달랐는데, 양해를 구해 온 경우 말고, 한 번은 책에 싣기 싫으면 싣지 말라는 식이었다. 널리 내 글을 읽히고 싶은 심정-확대해보면 '명예'랄 수도 있는-을 이용하는, 그러니까 '소비성'이라든가 '작품성' 이전에 '읽히기 위한 글쓰기의 욕망(읽히는 기쁨)'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쓰는 기쁨이 곧 읽는 기쁨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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