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한 사람
기타를 치다가 소리에도 알맹이를 느꼈다. 만져질 것도 같은 알맹이다. 글에도, 문장에도 그런 알맹이가 들어가 있는 것만 같다. 오래전에 우연히 국민대학교에서 시인 신대철 선생님을 뵌 적이 있는데 그때 소설가 최인훈 선생의 자제를 만났다. 신 선생은 문예창작학부 학장이셨는데 최 군이 문체론을 전공한다 하시며 그 논문의 수준이 대단하다 칭찬하셨다. 아, 문체... 문체야 그때 처음 알았다. / 창헌 선배가 소주와 물을 번갈아 마시다가 말했다. 그 친구 미국 가서 공부하고 왔잖아. 그래도 톤은 안 바뀐다. 그대로지. 하긴 같은 손가락으로 튕기는 콘트라베이스가 톤이 달라질 이유도 없긴 했다. / 사람의 표정만큼 솔직하다. // 1996년 무렵인가, 봄날의 안동에서 탈춤을 본다. 키가 큰 춤이 들썩인다. 차츰 사람의 크기는 사라지고 그의 실루엣이 악상처럼 펼쳐진다. // 사람의 도리가, 사람의 마음이, 사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