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색깔이 되려나요?

by 현진현

로열블루(Royal Blue)는 어떤 색이야?


로열블루는 하늘의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모두 가졌을까요? 여왕의 드레스를 만들던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서 하늘을 쳐다봤을까요? 밝음과 어두움이 함께 있다면 완벽한 색일까요? 완벽하진 못해도, 그 두 가지라면 세상의 색이라고 하기에 완전하긴 하겠네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색이라고 해도 대략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 나는 슬픈 영화를 못 봅니다. 슬프기 직전에 스톱 버튼을 눌러요. 뻔하게 기쁨이 보이는 영화도 못 봐요. 어떻게 그런 영화를 봅니까? 세상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데요. 발견한 색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은 여왕의 표정은 밝았을까요? 어두웠을까요?


내가 가진 로열블루는 볼펜입니다. 몸통이 두껍고 특히 쥐는 부분에는 고무가 더 두툼하게 감싸고 있어요. 어느 날 낯선 곳으로 출장을 갔는데 그곳 호텔에 볼펜이 있었어요. 연필은 없고 볼펜만 있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몇 년이나 지나 여전히 그 볼펜을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연필이 없을만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요.

나중에 알았는데요, 유럽에서는 기본적인 잉크의 색이 파란색이라고 해요. 사본의 검은색과 구분하기 위해 그렇다고 하네요. 등사를 하면 검은색으로 나오니까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말하다 보니 파란색 잉크만 진본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굳이 니체의 그 말 '쓰는 도구가 사유에 관여한다'를 떠올리는 건 아니지만 왠지 파란 잉크로 글을 쓰면, 특히 로열블루로 생각을 하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유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네? 뭐라고요? 종이 색깔에 따라서 달라진다고요?

그냥 잉크의 컬러에 만족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은, 아니 내 맘에 드는 만년필과 잉크를 찾으면 그에 맞는 노트나 종이는 찾지 못하기 마련이거든요.

기껏 만년필을 찾았지만 헤밍웨이나 피카소가 썼다고 홍보하는 몰스킨 노트에게로 돌아갑니다. 몰스킨은 볼펜으로 써야 해요. 만년필이 아무리 값비싸도 번지는 종이는 정말 별로입니다. 몰스킨은 심하게 번져요. 로이텀은 좀 낫지요. 그러고 보면, 몰스킨에서는 수첩 말고도 볼펜을 만들어 파는군요. 만년필은 필요 없으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오뚜기 라면을 추천하는 심정으로 제니스를 추천합니다. 아무 종이에나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생각나죠. 그나저나 몽블랑의 로열블루는 볼펜으로도 좋은 색이에요. 아, 블루도 조금씩 다른 거 아시죠? 아마 로열블루라고 해도 조금씩 다를 겁니다. BIC 다르고 Zenith 다르지요.

'고티아타워 어퍼하우스'라는 낯선 호텔에서 가져온 로열블루에 뭐가 막 묻어있고 묻어갑니다. 이 색이 내 글의 색깔이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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