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을 동결견이라고 한들, 유착성 관절낭염이라고 한들 그 노화의 이미지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오십견의 원인을 모른단다. 어디서 읽은 것들과 나의 뇌피셜을 종합하면...
나는 운전을 하고 있다. 그날따라 하이패스가 없는 차를 가지고 나왔다. 톨게이트는 불과 100미터 앞이다. 그리고 지갑이 든 가방은 뒷좌석에 있다. 나는 급히...
급히 오른팔을 뒤로 뻗어 가방을 끌어당기고 지갑을 휘저어 찾는다. 순간 강한 통증이 밀려온다. 쓰지 않던 근육을 썼기 때문이리라. 그날 이후 오른 어깨 속에서 염증이라는 균열이 시작된다. 작았던 그것은 무럭무럭 자라 내 어깨 속의 뼈와 뼈를 붙여버린다. 뼈와 뼈라는 1 콘셉트와 2 콘셉트가 딱 들어붙어 (그걸 본딩이라고 한다지?)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고, 그 뉴콘셉트는 브랜뉴 콘셉트가 되어 더는 1 콘셉트와 2 콘셉트의 형체조차 찾아보질 못하게 되는...
여러분, 오십견의 원인은 평소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엄중한 코로나 19의 시대에 나는 다시, 만년필이며 연필이며 볼펜을 섭렵하고 있다. 모를 수도 있겠는데 (문구 마니아가 아니라면) 만년필의 본질은 '필감'이라는 허~ 어찌 정의하기도 까다로운 '감'이다. 서걱서걱하다가 금촉의 만넹히쯔로 바꾸면 부드러워지는 그런 필감. 값비싼 18K 24K로 가면 글쎄 특급 빙판에서 미끄러지는 스케이팅 같겠지. 버뜨 만년필의 본질을 뛰어넘는 본질은 필감 따위가 아니다.
만년필은 '감'을 떠나서 '쓰기'에 그 본질이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잉크가 마르지 않는 것에 있고, 언제든 쓸 수 있는 준비에 그 본질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좋은 만년필은 좋은 캡을 가진다. 좋은 캡만이 잉크를 마르지 않게 한다. (Fountain Pen이지 않냐고...) 그리고 언제든 필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캡을 트위스트 방식으로 열어서는 곤란하다. 옛날의 명기라 불리는 파커 51 같은 만년필은 캡을 위로 벗겨내는 타입이고 펜촉이 몸통 속에 거의 잠겨있는 후디드 펜이다. 그런 이유로 파커 51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년필이 되었던 것.
두 가지 사항 중 우선인 건 역시, 캡의 품질이다. 잉크가 마르면 아무리 빨리 캡을 연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뭐 어쨌건 간에 트위스트, 즉 돌려서 여는 타입의 만년필은 기본 사양으로 스트레칭을 장착하고 있다.
과시욕에 값비싼 펜도 몇 자루 가지고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펜은 아쉽게도 일본 브랜드인 파일롯트의 커스텀 74 블랙 F촉이다. 이 아이는 트위스트가 가장 길다. 닫을 때는 물론 반대 방향으로 트위스트 한다. 침대에 드러누워 오른팔을 옆으로 뻗는다. 그리고 나는 몸으로 오른팔을 덮듯이 몸을 트위스트 한다. 통증~ 참을만한 통증이 생기는데 이것은 재활의 스트레칭이다. 그리고 수십 초를 기다려(아, 스트레칭) 다시 몸을 서서히 서서히 원위치시킨다.
커스텀 74는 14K 금촉을 가졌다. 파일롯트의 창립 74주년으로 나왔던 이 펜은, 파일롯트사의 만년필다운 만년필로 보자면 엔트리 클래스의 엔트리다. 가격의 저렴함 또한 나의 통장을 스트레치 시킨다.
자, 드디어 우리는 쓴다.
느긋하게 이름부터 써 보고, 아이의 이름도 써 보고, 아내의 이름도 써 본다. 우리는 쓰는 것이지 뭔가를 필기하지 않는다. 그냥 쓴다. 그게 다다. 그게 스트레칭이다. 그리고 들여다본다. 검은색 잉크가 누런 종이 위를 활강하는 그래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다. 저것은 검정이군.
검정이다. 우리는 끝은 늘 검정이다. 우린 매일처럼 스트레칭하듯 우리의 끝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