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스트레칭(1)
경이로운 유학자 남명이 음심을 피하겠다며 가벼운 나뭇가지 두 개를 젓가락처럼 활용해 성기를 잡고 소변을 보았다는 전설을 알고 있는가. 나는 최근에 이르러 남명의 이런 신념을 포함해 모든 것이 스트레칭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강해진다.
"이여~ 약이 안 들어가네. 염증이 너무 심해서 뼈가 꽉 들러붙었어." 조원장은 혼잣말을 하면서 한쪽 손으로 주사기를 부여잡고 다른 쪽 손바닥으로 약물을 눌러 밀어 넣었다. 다른 두 병원에서의 오진 끝에 조원장으로부터 오십견이라는 진단을 받은 순간보다, 약이 안 들어간다는 조원장의 혼잣말이 내게는 더 큰 충격이었다. 어쩌면 병원을 기피하며 살아온 약 50여 년의 내 삶을 통틀어 가장 큰 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순간 내 머리를 치고 지나간 개념이 '스트레칭'이었다.
위도에 따라 생두의 성질이 결정되고(맞나?) 그 배전에 따라 맛의 유연함이 결정된다는 이론에 사로잡혀 물을 끓이고 잠시 식혀 빻은 원두에 부어 물이 흐르기를 또한 기다려 잘 닦은 잔에 담고 마시는 행위가 모던한 스트레칭이라면 나는, 나만의 스트레칭을 주장해본다.
공무원으로서의 루틴 중 가장 감각적인 스트레칭은 믹스커피로부터 시작한다. (출근하면서 한 잔, 점심 후에 한 잔, 배고파지는 퇴근 무렵 한 잔) 맥심의 부드러움은 널리 알려진 바 맑게 빛나는 찻스푼으로 저어서 보다 부드럽게 만들어 마시는 특징을 가졌다. 다들 알다시피 1회용 종이컵이 아니라면 그 맛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무려 물을 끓인다는 행위까지는 같다. 천천히 믹스커피를 뜯어라. 그런 다음 솔루블 알갱이와 프림과 설탕이 노르딕 하강하듯 미끄러져 종이컵으로 들어가는 그 사운드를 음미하라. 실크 원피스를 입은 어떤 여자가 곁에 머물다 돌아가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그 부드러운 옷의 등의 지퍼를 내리면 옷은 마치 믹스커피의 내용물처럼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그로부터 나만의 스트레칭이 시작된다. 금속의 스푼이 아니다. 짙은 갈색의 젓가락 한 짝을 발견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서서히 나무로 젖는다. 서서히 나무로 시계 방향, 다시 서서히 나무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젖는다. 그 흐름은 결국 몸속을 흐르다 이삽십 분이 지나 다시 흘러갈 것이다.
나무로 젖는 스트레칭에 시 한 수 곁들여보면 어떨까. 기왕 조식 선생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남명집을 펼쳐보자. (과거 나는 남명 선생의 팬이었다.) 다음과 같은 한시가 있다.
땅속에 물이 있음은 북극 신이 북방에서 생겨나게 함이라.
하늘에 근거한 것은 다함없나니
그러므로 쉬지 않고 가는 것이다.
샘물이 콸콸 솟아나는 것도
오목한 데 엎질러진 한 잔 물과 다르다.
처음은 졸졸 흐를지라도
천지의 끝까지도 넉넉히 간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