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말고도 글렌

여튼, 스트레칭(7)

by 현진현

타이베이 공항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대만인들이지만 말투를 들어보면 영락없이 일본 사람들이다. 키가 적당히 크고 허여멀건 데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써서 지적이기까지 한 사내에게 내가 물었다. "이 술은 어떤 느낌일까?" 사내는 연신 대답했다. "쏘 스위트 썰~"

그 술은 용량 대비 저렴해서 내가 물어본 술이었다. 1리터에 4만 원 정도였던가.

재작년 예닐곱 번 일본을 드나들면서 내 관심사인 술을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일본의 제대로 된 위스키는 모두 소진되어 있었다. 농담처럼 들리긴 하는데, 정말 그랬다. 힐튼 같은 값비싼 호텔에서도 객실의 스낵바에서나 야마자키 12를 마실 수 있었다. 이대리를 불러 같이 마시면 그 작은 병을 투 샷으로 나눠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쿄에서는 니카를 찾을 수 없었고... 번잡한 오사카에는 니카의 잡다한 술만 살 수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일본의 위스키 제조자에 관한 드라마가 방영이 되었고 당시 그 생산자의 위스키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그 위스키를 쓸어버렸대나... 지금은 값이 올라 감히 살 수가 없을 거라고 했다.

야마자키의 맛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 될 무렵... 나는 문득문득 타이베이에서 샀던 그 술이 생각났다. 조미료를 탄 듯한 부드럽고 달콤한 그 맛이라면 두 술은 분명히 닮았다. 하나는 오사카 인근의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만들었고 또 다른 하나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소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그 옛날 스코틀랜드의 글렌리벳 증류소에 왜인이 찾아왔고 (그가 아마 타케마츠) 그가 일본으로 돌아와 스카치와 비슷하게 만들었던 것이 야마자키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산토리의 CEO는 그 술을 더 달콤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먼 시간을 건너 아시아에서 팔고 있는 글렌리벳의 파운더스 리저브는 바로 그렇게 개량된 스카치의 맛이었다.

그리고 그 술은 어젯밤 들렸던 창원의 이마트에서 저렴한 값에 팔고 있었다. 특별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리벳 12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사실은 12보다 저렴한 것이 맞다.)

야마자키를 그리워하지 말고 글렌 리벳 파운더스 리저브에 노브랜드 견과류 한 줌이면... 수십 년간 잊고 지냈던 그 소녀를 만났던 날 그 밤공기의 냄새까지도 기억이 난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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