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Hyun Jun 29. 2021

너의 입장

카피 다시 쓰기 1

내심 기대하고 있던 대선 정치인들의 슬로건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현재 캠프 한 곳에서만 슬로건이 나온 것 같아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글' 자체만 봐요. '나라'가 '나의 삶'과 연관이 되어서 불편하지 않나요? 의미는 뭐, '신복지'와 '신경제'라고 하던데요. 중요한 정치 개념이고 미래 개념이긴 한데... 그래서인지 슬로건이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것이죠. 

또, '나라를 나라답게'라고 했을 때에는 정말이지 나라가 흔들리고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흔들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재탕 삼탕인 것. 

아무래도 '삶'이란 스스로 지킨다고 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곳에서 이런 나라에서 살아서 다행이야 정도의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고요. 

지금 막 TV 화면에 비친, 한 정당의 백드롭에 "백신이 민생입니다"라고 되어 있네요. 의미를 떠나서 여기는 정당의 관점이 들어 있습니다. '민생'이라는 워딩입니다. '정당의 것'이죠. 그래서 타당합니다.  

한두 달 전에 이런 식의 카피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백신이 아닙니다. 타임머신입니다."

광역지자체의 입장입니다. 백신이야말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자체가 시민의 일상을 두고 이야기를 펼쳐 낸 것이죠. 

청자의 입장에 위탁해서 카피를 쓰기도 합니다. 보통은 발화자가 발화자의 캐릭터일 때 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거든요. 거리를 지나다 마주친 컨디션 좋지 않은 사람에게 '마스크 좀 쓰세요'하면 발화자에게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몇 달 전에(나중에 질병관리청에서도 비슷하게 쓰더군요.), 

"고마워요, 마스크",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해 주어서" 

라고 썼습니다. 


과거 한동안 회자되던 대선 후보의 슬로건이 있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여기엔 '삶'이 있어서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있어서 연인들이나 잠재적 연인들을 들뜨게 만들죠. 게다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니 개념보다 강력한 구체성이 서려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청자 중심의 아름다운 문구에도 불구하고 화자를 보자면, '너의 입장' 같지가 않다는 것. 네가 과연 이런 삶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 것입니다. 

'너의 입장'이 없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맛의 본질이 지금 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