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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Jul 05. 2021

누군가를 대신하지 않는 삶

- 성공의 세계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광고를 만드는 방법은, 사실상 간단했습니다. 무슨 광고이든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클라이언트에 맞춰주면 되는 건데요. 특히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는, 늘 간단했습니다. ‘늘’이었어요. 늘 주행의 매끈함과 기능의 새로움을 추구한 것이죠. 소비자의 혜택은 심미안 속에 있었던 겁니다. 차츰 변화해오는 데에도 무척이나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지금도 그들의 광고물은 시대에 뒤쳐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의 착시일까요? 어쨌든. 

월요일 출근하는 KTX의 자그마한 모니터에서도, 주말 내내 거실 TV에서 봤던 “성공에 관하여”라는 광고물이 나옵니다. 멘트나 내레이션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구글링을 해보지만 역시, 그들은 큰돈을 써서 ‘광고 매체’에 집행을 할 뿐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해두지는 않았네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비용의 매우 적극적인 수동성이랄까요. 

저 브랜드 ‘그랜저’는 과거에 저 또한 맡아서 광고 제작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저 브랜드는 어떤 ‘건실한 성공’들을 다루는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있는 어떤 ‘성공’은, 텀블러를 사용하는 부장님과, 오늘 아침에 KTX에서도 보게 된 후배 대신 항의하는 ‘선배’로군요. 대리나 후배도 그랜저를 살 수 있는데 말이죠. - 하긴 ‘성공이란 워딩이야 어디든 붙일 수 있고, 그 어떤 이의 관점에서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에 대한 관여가 낮아서 (물론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에 있어서) 광고를 사랑스럽게 만들지 않는 건가요? (클라이언트에 대한 항의^^) 현대자동차의 광고는 특히, 실제 고객으로서의 타깃이 아닌 사회적 인식이라는 타깃을 설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또한 그런 타깃 설정을 진보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요. - 아마도 그들의 트림에 따른 판매전략과 연결되어 있을 겁니다. 한때 ‘럭셔리카’였던 그랜저가 지금은 ‘실용차’로 변모해 있는 것을 보세요. - 실용차에 값을 올리려면 가치를 더해야겠죠. 그게 이 캠페인에서의 ‘성공’이로군요. 어쨌든.   

저 시리즈를 제작한 분들이 정의했을 ‘성공’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티피컬한 성공 말고 말입니다. (저도 4년 가까이 그 제작사를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회의를 추정해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선배가 너 대신 싸우고 있어.”는 레거시 미디어에 집중하는 그들의 패착인가요? 길이를 늘여 선배 대신 후배를 나무라는 성공은 불가능한가요? 다음 편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 저는 이러한 ‘성공의 형식’을 반동치고는 꽤나 기괴한 반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와 대화를 나누는 성공한 선배는 후진을 합니다. 주차를 하는 듯한데요. 다시 주행해서 밤길을 퇴근하는 것 같습니다. 퇴근을 해서 주차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이 패러그래프는 전체가 농담입니다.) 

잘 만들어진 광고에 괜한 시비를 거는 거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 ‘성공 담론’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저 카피 때문에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 그렇지요, 후배를 대신하는 저 선배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저 선배의 행동과 ‘성공’은 별개라는 것이죠. 


누가 누구를 대신한다는 말인가 


성공한 사람은 누구를 대신해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은 일련의 정치인들의 것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외려 제대로 성공한 사람은 틀림없이 자기 자신을 위한 솔직한 싸움을 해 왔을 겁니다. 


누군가를 대신하지 않는 삶이 성공 아닐까요? 


맥락이 어긋났나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달의 어두운 면 그 위에 고독하게 서 있는 체로 말이죠. 고전적인 성공은 잘 모르지만 현실적인 성공이라면 그럴 겁니다. 그런 성공이 더 멋있는 성공이고 확실히 정당하게 성공한 사람일 테죠. 저는 ‘성공’의 가치 기준을 그 정도로 잡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당당한 사회 속에서 나 스스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 그것을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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