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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Jul 08. 2021

섬 島, 길 道

경남 소통 칼럼 3

지역(로컬)에겐 지역이 자원입니다. 지역의 인문학이 지역의 자원이죠. 우리가 얼마나 '지역'을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되짚어볼 일입니다.

어제, 거제에 갔습니다. 거가대교를 지나서 갔습니다. 현재 세 개의 길이 섬으로서의 거제로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본래는 하나의 길이 더 있었습니다. 바로, 뱃길이었죠. 부산과 거제를 잇는 이 뱃길은 2011년 늦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통영과 거제를 잇는 다리가 생겨나기 전에는 그 길 뱃길로만 거제를 오갈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거제로 들어간 길 거가대교는 거제와 가덕을 잇는 다리입니다. 다리 위에서 보면 항만의 물류 현장을 조망하듯 볼 수 있습니다. 바닷길과 육지길, 그리고 여기에 조만간 하늘길이 더해지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거제로 가는 길에는 고속화도로도 철로도 없습니다. 다리가 더 건설된다고 합니다만 섬이 아닌 육지가 된 바에야 더 편리하게 오고 가면 더 좋겠지요.

저희는 100년쯤 되었다고 하는 성포의 양조장을 찾아갔습니다. 100여 년 사이 주인이 서너 번 바뀌어 이 양조장이 최초에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정확하게 몇 년에 생겨났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지금의 양조장 주인은 1997년 다른 곳에서 하던 양조업을 성포의 이 양조장으로 와서 하게 되었다는군요. 아시다시피 거제와 육지를 잇는 처음의 길은 통영과 연결이 되었죠. 그래서 이곳 주인장은 통영과 거제를 굳이 다른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저희는 술도가에 가서 술을 묻지 않고 거제를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을 물었습니다. 음식의 맛이란, 음료와 더불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예의 '술꾼'의 제스처를 취해 본 것이었습니다. 주인장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통영 거제는 뭐 음식이라고 할 게 아니고 그냥 와서 먹으면 다 맛있지예."

이곳의 바다는 다른 바다랍니다. 동해와도 서해와도 또 남해의 그 어떤 곳과도 다른 바다랍니다. 그래서 해산물이 식재료이자 완성된 음식으로써 예를 들어 '문어'라면 다른 곳보다 더 쫄깃쫄깃하다는 겁니다. - 우문현답이었습니다. 거제로 가는 최초의 다리 거제대교를 지었던 1971년, 그리고 신 거제대교의 1999년, 그리고 거가대교, 앞으로의 더 많은 길들이 '거제의 술맛'은 어떻게 변화시켰고 시킬 예정입니까? 같은 질문은, 당연히 드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술맛은 술의 토양을 닮는다고 믿습니다만 (거제는 바다를 닮겠지요.) 결국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입맛을 닮지 않겠습니까?

이 양조장 100년 역사의 방점을 찍은 술은, 청주였습니다. 이 청주는 일본의 사케와는 다른 우리의 청주였습니다. (다른 지역이면 보통은 특산물을 가미한 '약주'를 만듭니다만.) 해풍을 맞은 거제의 쌀로 술을 빚으면 동동주-청주-막걸리가 모두 차례로 나옵니다. 탁주를 빚던 솜씨로 청주를 빚은 것이죠. 왜란, 왜를 상대했던 이 바다에서 사케와는 다른 조선의 청주가 탄생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자못 들뜬 마음으로 청주의 향을 맡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술을 즐기는 술꾼들에게 물어보자, 과연 어떤 음식과 더불어 이 술을 즐기는지. 그러면서 또 물어보자, 섬에 길이 생기면서 섬은 어떻게 변모하고 도민(島民)들은 어떻게 이 섬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하고 다짐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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