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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Aug 08. 2021

사람의 마음입니다

- 눅눅하긴 하지만

“이것보다 더 독한 것은 없느냐?”

왕비 장쯔이가 묻는데 독약 유통업자가 대답합니다. 

“사람의 마음입니다.” 

‘낭만 쩐다’ 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이 [야연]이라는 중국 영화를 보고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약은 사람의 마음입니다’라는 저 대사가 잊지 못할 여자의 실루엣처럼 다시 머릿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육신이야 어떤 독으로도 죽일 수 있겠지만 정신까지 악착으로 말살하려면 사람의 마음이 필요한 것이로군, 했다는 것이죠.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 나와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한 마음, 사회 경제적 피해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한 번만 접종받더라도 감염을 89% 이상 막을 수 있습니다. (경남 백신 접종 캠페인 2021. 5.)


또 이렇게도 썼었습니다. 광고적입니다. 저는 위엣것이 더 좋습니다만. 


단순한 백신이 아닙니다. 타임머신입니다. -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우리를 데려다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백신입니다. (경남 백신 접종 캠페인 2021. 5.) 


독약과는 사뭇 다른 마음이라는 것이 공통점인데요. 마음은 참 폭이 넓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카피는 대개 누군가를 사랑해서 하는 말들이기 때문에 독약의 예를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독설’이라는 것이 있긴 한데 저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몹시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고요. 

카피의 세계에서는, 가끔 독한 말을 뱉더라도 풍자라든가 역설이라든가 수사법으로 여유를 집어넣거든요. 
 

당신이 어떤 힐난을 내게 쏟아붓더라도 난 당신의 얼굴을 쳐다볼 생각이 전혀 없어요. 당신을 이 사막으로 실어 나른 저 지프… 저 헤드라이트의 영롱함에 빠지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 마음을 어쩌나…’ 한 적 없으십니까? 연정을 품으면 당장은 어찌 되돌릴 수가 없죠. 젊은 피는 그렇게 직선적인데요. 그럴 땐 또,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든 우리의 피는 그이의 표정을 향합니다. 표정을 향하는 표정에서도 뭐가 보입니다. 마음이 보이죠. 직선적의 ‘직선’은 대단한 광선입니다. 마음을 밝혀주는 태양의 광선이죠. 그렇게 보이는 데야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카피라이터는 어떤 마음을, 그러니까 누군가의 표정을 글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넌 오늘 한 끼의 밥만 먹었어. 틀림없어. 달빛에 드러나는 네 콧날의 음영을 보고 있으니까 그 사실이 더 분명 해지네. 네 입술은 늘 그 자리에서 같은 색을 지니고 있지만 나는 알 것 같아. 입술에서 나는 향기가 다르거든. 구름의 먼지가 입가에 내려앉은 거야? 그때, 우리가 가끔 손도 잡아가면서 학교에 다녔던 시절 그 지리멸렬한 수업을 재미나게 들었던 그때, 네가 했던 말이 떠올라. 둘이서만 밥을 먹는다면 나는 하루 종일 밥을 먹을 거야. 아니면 하루에 열 끼도 먹자,라고 네가 했던 그 말. 


마음은 참 좋은 카피라이터다, 는 생각도 들고요. 아, 그리고… 마음을 글로 옮길 땐 먼저 가만가만 마음을 살펴보고요. 마음 가는 대로 써 보는 겁니다. 

눅눅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카피는 정말이지 마음으로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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