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트레칭 023
그녀는 여름으로 여행을 가버렸고
나는 겨울에 남아있었다.
그 날들 중
눈이 드문 드문 흩날리는 어떤 날에
음악평론가이면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사람이
스크랴빈을 연주했다.
나는 '파코라반' 검은색 양복을 껴입고
그의 연주를 들었다.
보통의 연주회는 아니었고
시상식 행사에서의 축하연주였다.
그는 스크랴빈으로만 몇 곡을 엮어서 쳤다.
연주를 마치고 관객석으로 돌아온 그에게
아는 척을 했다.
"미스터치가 몇 군데 있었지만 좋은 연주였어요."
그가 당황했고 곧 당황한 기운은 가셨다.
그 표정은,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충분히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알아채지 못한걸요."
잊어도 될 것 같은 실수들이 있다.
한두 군데 부분보다
전체의 완결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지금은 알지만, 그렇지만,
잊지 못하는 미스터치들이 창 밖에 부유한다.
그 연주가 있었던 광화문에는
행사가 끝난 이른 오후부터 흩날리던 눈발이
송이가 되어 낙하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아마 지금도 멋진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실수에 연연하는,
그날의 아는 척 마저도 연연하는 나와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