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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Nov 08. 2022

카피클래스 002

#002 열린 기획 _ 기획서 크리에이티비티

“상품을 사람으로 치환하는 일”


본질적으로, 기획서란 정해진 형식이 없다. 가령 광고인을 다룬 오랜 미드인 “매드맨”(시즌 7까지 방송된 미국드라마 /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TV 시리즈 Top 100 2위)의 시즌 1에는 광고에 있어서 역사적 장면이 둘 있다. 하나는 바로 ‘코닥’의 신제품 슬라이드 프로젝터의 경쟁 프리젠테이션, 또 한 장면은 광고사에 길이 남을‘럭키스트라이크’의 상품 캐치프레이즈(It’s Toasted)가 탄생하는 장면이다.

이 드라마의 시즌1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기획서가 등장하지 않는다. CD 돈 드레이퍼는 프리젠테이션에 집중할 뿐이다. 그는 사실상 상품을 사람으로 치환한다.

그는 그가 가진 ‘기억’을, 기록을 기반으로 하는 ‘기계’인 프로젝터에 가져다 얹는다. (때로는 마녀의 옷처럼 입히기도 할 테지만) 곧 이혼을 앞두고 있는 그 자신 부부와 가족의 추억을 상품에 입히는 것이다. PT가 끝나자 멍하니 넋이 나가버린 클라이언트 두 사람. - 그들의 표정은, 돈 드레이퍼의 기획이 감동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 광고주는 즉각적으로 다음 순서인 맥켄에릭슨의 PT를 아예 취소시켜버린다.)

철저한 사실성의 관점(화면에 들어오지 않는 책상서랍 속 지우개까지 당시의 제품이었다고 한다.)으로 1959년을 재구한 이 장면은 너무도 훌륭한 레퍼런스여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론칭할 때 이 장면을 광고로 편집해 사용하기도 했다.

 

리모트 컨트롤이 되는 이 슬라이드 프로젝터는, 기존의 프로젝터처럼 일렬로 슬라이드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지 않고, 휠(wheel) 형태의 카세트 속에 한 장씩 들어있다. 그래서 돌고 돌며 장면을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이 상품의 브랜드네임은 ‘캐러쎌(carousel)’, 즉 ‘회전목마’가 된다. 사람의 기억을 담은 어떤 상품이 된 것이다. (나중에, 이 ‘카라쎌’은 일반명사처럼 불리우게 된다. - 미술사 강의 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어이~ 내 연구실 가서 카라쎌 좀 가져와라!”) 돈 드레이퍼는 말한다. “이것은 기계가 아닙니다.”


‘상품을 사람으로 치환한다는 것’은 상품을 의인화한다거나 영혼을 불어넣는 것을 넘어,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그것은 가끔 ‘인사이트(insight)’ 혹은 ‘니즈(need)’로 드러날 수 있다.(그러한 관점들의 연계에 따라 ‘link’(크레에이터와 컨슈머의 연결)는 중요한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기획을 보여주는 형식은 다양하다. 책(전문서의 형태)과 노래(현장에서의 시연), 세일즈 프로모션(기획의 정수가 아닌가!)… - 프리젠테이션의 세부에서는 기획의 성격에 적합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현장과 연결된 인터뷰, 광고기획서가 아닌 콘텐츠기획서, 자료영상의 시청 등)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 현대그룹 명심해라 GTX-C 은마통과결사반대”


최근 용산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애도의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은마아파트’ 외벽에는 이태원 참사를 운운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두세 시간만에 내렸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경솔하고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타겟을 놓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건 ‘타겟이라는 사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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