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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Nov 30. 2022

카피 클래스 005

#005 _ 인사이트 방법론으로써의 인문학

인간이라는 직업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인사이트(insight)란, 시장과 소비자를 크리에이터의 의도대로 움직여가는 힘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인사이트란 무엇인가, 라거나 이 프로젝트의 인사이트는 뭘까, 보다 대체 인사이트의 방법론이란 없는가, 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삶 자체가 인사이트의 보고다. 

인사이트는 단적으로 인문학적 기반이다. 인사이트가 풍부한 사람은, 사람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고 따라서 매우 인문학적인 사람이다. 비평가 신형철이 최근에 내놓은 책 ‘인생의 역사’에 따르면 ‘시’는 인문학의 결정체다. ‘시’의 모든 순간은 인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대로‘인간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은 시나 광고나 마찬가지다. - 인문학 열풍은 다름 아닌 인사이트 열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우선 매우 간단하게 인문학적 방법에 대해 접근해보는 것으로 인사이트 방법론의 첫자리를 갈음하기로 한다. (인문학적 방법은 인사이트의 본질을 향해 전진한다.)



철학 

인문학은 매우 간단하지만 산만하고 지난하다. - 철학은 ‘생각의 역사’이다. 생각의 역사에 있어서 주요한 인물들의 저작 위주로 구성한 것이 철학사이고, 보통은 그 철학사를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현대철학은 현대음악이나 현대미술만큼 분석적이어서 번거롭고 성가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철학이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 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다. 그의 전기 철학이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철학을 후회하면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에 도전한다. 

카피는 ‘말할 수 있게 한 다음(언어화)’ 그것을 ‘다시 쓴다(카피화)’. 보통의 오해는, 말하는 것으로 카피를 갈음한다고 믿는 것이다. 가령, ‘원당’이라는 입지에 대해 ‘구도심이지만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면, 카피는 그것을 다시 쓰는 인문학적 행위이다. ‘쾌적한 구도심, 조용하면서 현대화된 도시’라는 메시지를 거쳐 카피는 ‘원당 중심주의, CENTRALISM’이라는 기획적 의도에 준하게 된다. ‘차별화된 큰 공원’이라는 메시지에 ‘인사이트’가 들어가 ‘파크 하이엔드의 세계’라는 카피가 된다. 

사실 철학적 기반은,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소통의 정신을 인문학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한때, ‘사람이 미래다’라고 했다. 동시에 그룹이 재원을 투여하는 재단의 학교에서 인문학부를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SK는 한때, ‘사람을 향’한다고 강변했다. 이어서 그룹의 총수는 경제사범이 되어 감금되었다. - 대체 인문학적 기반이란 무엇인가 싶지만 저들이 저러한 메시지를 던지는 바 ‘옳고 그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있다는 게 확인되어 다행스럽다. 



문학

문학은 인사이트에 대한 기록이다. 문학사의 흐름은 인간의 조직인 사회사의 흐름과 결부되어 있다. 문학을 굳이 그 어려운 ‘감성’과 연관시킬 필요가 없다. 인사이트는 사실상 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을 포괄한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보다 크다. 즉 악기 수도 많고, 소리가 큰 악기들이 사용된다. 귀족들이 향유하던 음악을 한참 그 수가 많아지던 상공 계층 즉 부르주아들도 즐기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극장은 점점 커졌다. 큰 극장을 매우기 위해 베토벤은 더 크게 소릴 질러야 했던 것이다. 

오래전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스턴트커피가 나왔다. 간단하고 편리함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음직하지만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간단함과 편리함은 인사이트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주부들은 인스턴트커피를 재구매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스턴트커피를 타서 남편과 가족에게 내어 갈 때 죄책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내 손으로 달여서 만든 커피를 내 가야만 그네들은 심리적 만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캠페인은 당연히 그 죄책감을 상쇄시켜가는 데에 집중했다. 

문학과 예술의 낭만성은 개인으로서의 사람에 집중하고 문학의 재현성은 사람이라는 개념에 입각한다. 여기에서 발견되는 유형과 전형 모두가 인사이트의 요소로 발견된다. 프록터앤갬블의 ‘Thank you Mom’ 캠페인(유튜브)을 보라, 인사이트의 전형성이 발하는 그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 

지지난달 출간해서 두 달도 채 안되어 10쇄를 찍어버린 진은영의 시집을 보면, 1부의 표제 밑에 존 버거의 이 말이 인용되어 있다. - 카피는 인문학적 인사이트를 통해 완성된다. 언어는 ‘나는 당신과 함께 있어요.’이지만 (메시지), 카피는 위의 인용과 같다. 여기서 전달력이 인사이트의 기제가 되었다. 



사학 

사학은 고증학이고 해석학이지만, 단적으로 지식학이다. 미스터 피자가 ‘피자의 역사’를 비틀어버렸을 때 우리는 ‘인사이트적 쾌감’을 느꼈다. (The True Origins of Pizza 캠페인(유튜브) 참조) 



요컨대 

우리에겐 공부해야 할 세상과 느껴야 할 소비자와 읽어야 할 책이 참 많다.

되어봄의 큰 예는, 바로 무당의 접신이다. 그들의 신기는 다름 아닌 길고 긴 FGD에 있다. 고객에 대한 충분한 탐색으로 그들은 고객이 되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시행사와 브랜드를 얼마나 탐색하고 있는가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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