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Hyun Jun 28. 2023

문학과 광고 1

책 앞에, 간단한 생각 

침묵을 들었다. 


     이런 하찮은 문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침묵도 감지의 영역이니까 '들었다'가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고. 난 이런 시적인 표현을 경멸하는 축에 속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듣지 못했기 때문에 침묵을 들었다'는 이 아이러니가 눈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순간, 몇 가지 생각을 했다. 몇 가지 생각이 동시에 생각되는 거였다. (문제는? 아니... 재미있는 지점은 '비평'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는 거.)


    1. 문학에서의 '비평이 광고에서의 '기획서'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르였다. (이건 거의 20년 만에 든 생각이다.) 

    2. 그렇다고 문학비평적인 글을 써댈 수는 없으니 뭔가 광고와 엮어서 책을 만들어야겠다. (책을 쓰지 않으면 값비싼 내 맥과 해피해킹은 유튜브 보는 데에나 쓰게 된다.) 

    3. 기획은 보통, 기획'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획은 '계획된 생각'이나 '생각된 계획'이다. 글이나 도안이나 콘티로 읽히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기획서'가 흔한 것 같다. 광고기획이 아니라면 기획이 들려지고 보이고 만져지는 방식은 수만 가지 이상일 것 같다. 비평도 마찬가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 무슨 얘기냐면 '비평서'라는 일반적인 형태를 (책을 만든다는 목표에서) 버릴 수는 없지만 '광고기획'의 영역을 가져와서 새로운 감도를 투영해서 쓸 수는 있겠다... 게다가 광고는 문학이 아니고, '문학적이어야 한다'. 광고가 비문학적이어야 할 이유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4. '침묵을 들었다'의 아주 간단한 나비효과였다. 이 효과가 끝없이 이어져 대략 천 페이지쯤 되는 책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저 문장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을 읽다가 눈에 띈 것. '침묵을 들었다'를 보았다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카피클래스 00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