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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Jun 29. 2024

7th 코드

카피를 사랑합니다 

블루스는 보통 12마디가 기본이다. 블루스엔 1도 3도 5도 외에, 조화롭지 못한 하나의 음이 더 들어간다. 그 일곱 번째 음으로 인해 코드는 불안정해진다. 이 불안정한 '세븐코드'는 대신, 끝나지 않고 이 블루스가 계속 진행된다고 알려온다. 안정적인 C코드와는 달리 C7은 다음 코드를 기다린다.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건 아니고, 그루브를 가진 채 기다린다. 메이저블루스든 마이너블루스든, 세븐코드는 어디론가 계속 흘러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발버둥을 못 치면 시선이라도 돌리는 뉘앙스다. 


몇몇의 우리는 몇 가지의 우울을 바로잡기 위해 블루스를 연주했다. 나는 회사 지하에서 싸구려 기타를 부여잡고, H 선배는 풀할로우를 부여잡은 채 합주실에서, S 후배는 학창시설 사랑하던 그린컬러의 메탈기타를 안고 블루스를 쳤다. 


이 불안의 바이브 - 블루스는 어떻게 우울을 치료하나?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 때문은 아닐까? 블루스 진행 위에 얹어보는 '나만의 멜로디', 나만의 기억 호흡 촉감 아픔 서늘함 뜨거움 환희 목소리 추억 사랑 이별 만남을 쏟아내는 것은 아닌가... 


Eric Clapton is God


런던 뒷골목 - 캠든마켓쯤 되려나? - 담벼락에 쓴 누군가의 낙서는 블루스를 사랑하는 기타리스트를 신이라고 지칭했다. 죽을 수 없었던...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죽으면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라나? 그랬던 에릭클랩튼은 젊은 시절부터 노년인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아마도 이제는 술을 끊었겠지. 그러고 보면 H 선배는 술을 끊었고, 나도 술을 좋아하지는 않게 되었다. S는 모르겠다. 


정의(definition)하고 규정하는 카피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단호해야 한다. 단호함은 인문학적 콘텍스트로부터 오는 것이고, 간단한 이퀄라이징(be 동사와도 같은)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 연주는 대단했고, 연주는 계속되고 있었다. 


에릭클랩튼 할아버지는 자신을 버리다시피 했던 '부모로부터의 우울'을 여자와 블루스로 달랬다. 너무 많은 술과 약을 먹고 마신 만큼의 그 우울을. 

불안정으로부터 불안정을 탈피하려 하는 세븐코드를 온몸에 뿌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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