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 온천 한화 리조트

구불구불 88번 국도를 타고

by 감운장

손숭이와 2박3일로 여행을 갔다. 안동이었다.


손숭 집 근처인 노량진에서 만나 손숭의 차를 탔다. 술에 취한 외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외삼촌 은 술만 먹으면 누나인 우리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술을 먹고 술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마시곤 식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말썽쟁이였다. 당연히 식구들은 술먹고 전화를 하는 외삼촌의 전화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 나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외삼촌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 임종과 장례를 같이 치루면서 외삼촌과 많은 이야기를 해서 조금 친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갑자기 평소엔 걸지도 않던 전화를 한걸까. 곧 외할머니 49제인데 자기를 이해해달라나 뭐라나..예예 삼촌.. 대충 받고 끊었다. 그 중에도 손숭의 차 초코는 금요일 밤 서울을 빠져나가려 애쓰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는 예천 회룡포로 들어갔다. 회룡포 민박. 우리의 숙소다. 앞에는 자그마한 시내물이 흐르고 밤 늦게 도착한 우리는 이곳에서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으슥하고 사람 없는 동네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룡포로 향했다. 회룡포는 두번째였다. 첫번째 갔을때는 운무로 가득해서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운무가 없었다. 마을의 모습과 마을을 굽이치는 강물, 저 멀리 산 위로 뜨는 해를 봤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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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에서 내려와서 민박집에서 밥을 먹었다. 조촐한 반찬과 국이었지만 반찬들이 깔끔하게 맛이 있었다. 아침을 안먹었으면 큰일날뻔했다라고 우리는 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안동으로 향했다.


유교랜드인지 뭔지 이상한 박물관에 갔다. 아무도 올것 같지 않은 이 곳. 유교가 뭔지 왜 이런 곳이 있는지에 대해 별 생각 없이 들어가 한 번 휙 둘러보고 나왔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심심할까.


헛제사밥을 먹었다. 역시 맛이 좋았다. 헛제사밥 식당 옆 카페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토요일 안동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안동을 떠나고 어디로 갈까. 계획 없이 출판한 여행이었다. 봉정사와 도산서원에 들렀다. 봉정사에서 한참을 걷고 나와 도산서원 주차장에서 맥이 풀려 나는 잠을 잤다. 도산서원을 보고 온 손숭과 함께 시사단에 올랐다. 주위는 온통 강물이었다. 흐르는 물의 힘이란. 내 안에 있던 불순물들이 씼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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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 온천. 처음으로 들어본 지명이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일단 가보자. 토할 것 같았다. 길이 정말 좋지 않았다. 경북 북부의 낙후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서울이 2018년이었다면, 백암온천으로 가는 이 88번 국도는 좋게 봐도 1980년도였다. 직선화 공사에 대한 찬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임은 틀림 없었다. 한국에 아직 이런 길과 마을이 있구나. 길은 구불구불 산을 둘러치고 길가에는 사람도 상점도 보이지 않았다. 주유소가 있었던가. 이런 곳에는 도저히 살지 못할듯 싶었다. 편의시설이 없다. 이 곳 마을에서 쓰러지면 근처에 병원도 못가고 금방 죽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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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해서 도착한 곳 백암온천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지구에는 숙박 업소가 여럿 있었는데 지하에 대욕탕이 있는 걸 보고 여길 골랐다. 88번 국도의 느낌과 걸맞는 좀더 허름한 숙소도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 페리카나인치 멕시칸인지 통닭 집에가서 통닭을 먹고 칼국수를 먹었다. (이 곳에서 유명한 음식은 무엇이었던가) 1,2차를 거치며 맥주와 막걸리를 잔뜩 먹었다. 운동부가 단체로 관광을 온득했다. 덩치 크고 문신 한 남자들이 온천 지구를 돌아다닌다. 이종격투기 선수인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다음날 오전 등산을 가기로 했다.. 땀 흘리고 온천하고 아주 개운하겠지. 나는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숙취가 심했다. 몸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손숭은 혼자 갔고 나는 그때까지 산책을 하고 하산을 기다리기로 했다. 같이 목욕탕을 가기로 했으나.. 도저히 찌뿌둥함을 참기 어려워 대욕탕에가서 혼자 씻었다. 물이 좋은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넓은 동네 목욕탕 느낌이다. 씻고 나와 하산한 손숭과 리조트에서 밥을 먹고 온천마을을 떠났다. 기업의 연수나 단체 여행객 없이는 도저히 먹고 살기 힘든 동네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88번 국도의 직선화를 바라는 것일테다. 나는 허술함과 쇠락한 느낌이 좋았다. 매일매일 사람들로 좁은 곳에 치여 살다가 놀러온 곳 까지 복잡하다면 여길 또 누가 쉬러 오겠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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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또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갔다. 해송이 곳곳에 심어져 있는 숲을 지나 백사장을 거닐었다. 손숭과 나밖에 없는 아무도 없는 백사장에서 동해 바다를 한참 넋 놓고 바라 본다. 아 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인가. 꿀벌이 왱 날아다니는 벚꽃 나무를 바라본다. 세상은 온통 봄이었다. 손숭과 나는 7번 국도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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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백암 온천 한화 리조트

주소 : 경상북도 울진군 온정면 소태리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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