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ld Town Busan

세이수미와 노스탤지어

Say Sue Me 예찬론

by 감운장

Everyone left this old town

Only I'm getting old with this town

I just wanna leave here

But I wanna stay here


모두들 이 오래된 마을을 떠났어.

오직 나만 이 곳에 남아 나이를 먹어가.

나는 단지 여기를 떠나고 싶어.

아니 여기에 머무르고 싶어.


<old town> - say sue me


Q2S0hqff_400x400.jpg 출처 세이수미 트위터 @saysueme

세이수미는 부산에서 결성된 4인조 서프 록을 하는 밴드다.


밴드의 프론트 우먼 최수미가 쓴 <old town>의 가사는 점점 타지로 떠나가는 친구들과 자신의 마음에 대해 노래했다. 나는 이 곡에서 말하는 everyone 중에 한명일 것이다. 나는 스무 살에 오래된 마을을 떠나 지방 사람들이 동경하는 서울에 살고 있다.


자부심이었다. 공부를 잘해서 서울의 좋은 대학에 갔다는 건. 직장인 10년 차가 됐을 무렵. 대학 간판도, 직장의 간판도 그리 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고,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의 물음은 이랬다.


내가 부산에서 대학을 나오고 자리를 잡았다면?


엄마가 차려 주는 밥을 먹고 아빠와 목욕탕을 갔고 지금쯤 어딘가에서 애 딸린 유부남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부산 친구들과 같이 헬스장에 다니고 남포동과 중앙동을 쏘다니다가 지쳐서 찻집에서 차를 마시다가 밴드라도 해보자라고 해서 밴드를 결성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나는 20대 후반의 극심한 우울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향수를 겪고 있다. 이렇게 추운 겨울밤에는 몹시 부산의 여름이 그리워진다. 언덕길을 쌩쌩 달리는 영도의 7번 버스, 버스 안에서 나는 약간의 비릿함, 남포동에 도착하면 누군가를 만나러 내리는 사람들, 왼쪽으로 돌아서면 내가 건너온 영도다리가 있고, 부산 구도심의 상징인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부산 생각이 났다. 꿈에도 내가 어릴 적 나고 자란 청학동의 골목이 나왔다. 근데 현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세이수미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고, 부산이 몹시 그리워질 때 나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2000년대 초반 내가 레몬일 때로 돌아간다.


이들이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밴드라는 점뿐만 아니라 다른 몇 가지 점에서도 나를 흥분시켰는데, 장르가 기타를 중심으로 한 락이라는 점, 리버브를 사용한 빈티지한 느낌의 기타 소리를 내는 점, 한국에는 잘 없는 종류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한국에서는 전혀 없을 것 같은 Yo la tengo와 pavement의 느낌이 나는 밴드의 음악을 부산 출신, 그리고 여성이 보컬이라니.

a1880070854_10.jpg 마치 내 친구 효준이 집 옥탑에서 보이는 풍경 같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찡하다


세이수미를 처음으로 접한 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몸에 소름이 돋았고 흥분해서 일은 접어두고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찾아보고 있었다. <old town>은 놀랍게도 엘튼 존의 팟캐스트에 소개되었고, 그 뒤로 세이수미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고 유럽과 미국 투어를 다닌다.


그리고 나는 그게 되게 자랑스러웠다. 부산 출신의 락 밴드가 유럽과 미국의 클럽에서 공연을 하다니. 꼭 내가 그곳에 가는 마냥 즐겁고 기뻤다.


지난가을 세이수미 공연을 보러 갔다.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해 주어 마음이 기뻐했다. 공연이 끝나고 멤버들이 밖에 나왔을 때, 말을 걸어볼까 했는데 하지 못했다. 그냥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당신들이 부산 출신인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고. 힘을 얻고 있다고.


2집 작업 도중 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던 전 멤버 강세민이 공연 직전 별세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알지도 못한 그의 죽음을 SNS로 접하고 얼마나 슬픈지.


최수미는 공연 끝에 축축해진 눈으로 우리에게 안녕을 당부했다. 다들 몸 잘 챙기시라고.


다시 한번 고 강세민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세이수미.

제목 없음.png 인디 록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미국의 KEXP에 출현한 세이수미. KEXP는 아무나 못 나간다. 어지간히 힙하지 않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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