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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운장 Dec 12. 2021

창간호이자 마지막호이지 않을까?

주간 감운장 #1

하다가 또 말 것 같긴 한데. 일주일에 한 번 잡지 같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대학교때 토요일만 되면 도서관 1층의 쇼파에 거의 누운채로 잡지를 들춰보는게 취미였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잡지를 보면 흥분된다. 매거진 B라던지 BRUTUS라던지. 또 말이 길어진다. 일주일동안 봤던 영화나 책을 중심으로 이것저것 끄적여보려 한다.


디피

디피를 조금 늦게 봤다. 탈영병을 잡는 헌병의 이야기다. 디피를 보면서 공감한 예비역들이 많을 것이다. 맞아본 경험도 때려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군생활할때에는 구타의 끝물이었다. 부대마다 다르긴 했지만. 나는 다행히 덩치도 크고 학벌도 좋고 맡은 일을 잘 해냈기 때문에 또라이들이 건들지는 않았다. 디피에서 제대한 선임을 찾아가서 린치하는 후임이 나오는데. 선임이 후임을 구타한것에 대해 선임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며 말을 한다. 밑에 병사들은 박터지게 싸우고 부사관이나 장교들은 자리보전 승진하려 애쓴다. 오래된 종기인 부대의 부조리는 건들지 않는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디피를 보면서 죽여버리고 싶은 놈이 하나 생각 났는데. 이미 지나간 일 어쩌겠는가.


지지 않는 다는 말

달리기로 인생이 바뀔까? 늦가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는 콜린성두드러기라는 병이 있는데 달리기를 해서 열이 올라오면 가려움증으로 인해 죽을것 같은 두드러기로 좀처럼 고쳐 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단 달려보기로 했다. 처음엔 초등학교 운동장을 걷다가, 그다음날에는 반바퀴를 뛰고 가려움증이 올라오면 걷다가, 그 다음날은 반바퀴보다 더 뛰다가 가려움이 올라오면 또 걷다가 하는 순서로 피부를 적응 시켜나갔다. 그랬더니 지금은 10km를 뛴다.


소설가 김연수의 에세이집인데 내가 읽기엔 다소 느끼한 부분들이 있긴 한데 이 책을 읽고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초보 러너들은 한 번 읽어보면 좋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 경험의 인간, 그게 바로 러너다.
달리기를 끝낼 때마다 나는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건 단지 계획대로 달렸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나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간밤에 라면에 밥을 먹고 몸이 무거워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정해놓은 양을 달리게 된다. 그게 빠르던 느리던. 컨디션이 좋을 때면 살짝 흥분이 되면서 마라톤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은 당장의 왼쪽 발목의 통증과 오른쪽 어깨의 뻐근함이 먼저 느껴지면서 남은 거리의 아득함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종착점까지는 갈 수 없도. 방법은 단 하나다.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을 딛고 뛰는 것.


마션


오늘 본 마션의 엔딩 시퀀스에 나오는 맷 데이먼의 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주간 감운장을 마칠까 한다.

 

화성에 혼자 남겨졌을 때 죽으거라고 생각했냐는 것이다. 그래, 당연하지.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게 아무 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하는 순간이 올거야

'이렇게 끝나는구나'

포기하고 죽을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그게 전부다

무작정 시작하는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다

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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