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며칠전 더운 여름밤에 뒤척이다 오타루에 여행 갔을 때를 생각했다.
처음 오타루에 간건 2008년의 겨울. 지금과는 달리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으로 프린트를 했던 지도 한 장 들고 미리 예약해뒀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는데 헤매고 말았다. 여행 사이트에서 뽑아온 지도다 보니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장소를 계속 맴돌다 겨우 동네 주민에게 물었더니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다.
모리노키.
내 생애 첫 게스트하우스였다. 오래된 1층짜리 단층 주택에 2층 침대 몇개 가져다 놓은 게스트하우스였다. 웰시코기로 기억하는 강아지 2마리와 말없는 남자가 호스트인 곳이다.
짐을 풀고 당시 돈이 없던 나는 근처 마트로 가 떨이로 파는 도시락을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지금이라면 그냥 뚝딱 하고 도시락을 까먹었을 테지만 당시에는 숫기가 너무 없어서 근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눈이 발목 까지 쌓여 있었다. 그걸 헤치고 올라가는데 그저 재밌었다. 길의 양쪽으로는 집들이 있었고, 마당에서는 노인이 눈을 치우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라 점점 해가져서 대지는 컴컴해져갔다. 꼭대기에는 작은 신사가 있었다.
그리고 오타루라는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식어버린 아니 차가운 도시락을 먹었지만, 손발은 얼어서 추웠지만 오고 싶었던 곳에 드디어 왔다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그당시 여전히 나는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의 자장안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러브레터」는 오타루를 무대로 한다)
숙소로 돌아갔더니 2~3명의 투숙객이 더 있었고, 내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이 작은 브라운관 TV로 우에노 주리가 나오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매년 이맘쯤에 그곳에 오는 듯, 주인장과 꽤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방에는 규슈에서 온 20대 후반의 남자가 있었고,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두꺼운 이불을 2개씩 덮고 자다가, 기름 스토브의 불이 꺼지길래, 호스트에게 기름을 더 넣어달라고 말했다. 그래도 추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규슈 남자는 이미 떠나고 없고, 영화를 보던 여학생은 가방을 메고 떠나고 있었다.
오세와니나리마시따.
한마디를 호스트에게 남기고는 떠났다.
나 혼자 남아서 키친에서 토스트를 먹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이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남자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기무라 카에라의 「Snowdome」이 흘러 나왔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분. 작은 햇살이 비춰 들어오고 작은 어항에는 금붕어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상처를 끌어 안고 있었다면, 그 모든게 치유되었을 여행의 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