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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an 17. 2023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생쥐 이야기

<프레드릭>을 읽고(시공주니어, 1999)

 생쥐들은 추운 겨울을 위해 열심히 양식을 모은다.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 프레드릭은 양식을 모으는 대신 햇살, 색깔, 그리고 이야기들을 모은다. 겨울날 더 이상 먹을 양식이 없는 들쥐들에게 프레드릭은 자신이 모은 햇살을 전해주고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써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처음 이 동화책을 읽었을 때에는 프레드릭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다른 들쥐들을 도와 양식을 겨울을 지낼 만큼 충분히 모은다면 햇살, 색깔, 이야기 등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생각을 할수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겨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질적인 양식만 충분하다면 정말로 행복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였다. 우리가 물질적인 양식으로 겨울을 행복하게 날 수 있는 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겨울이 물러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에 만들어두었던 행복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겨울을 지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겨울이 아닐 때 했던 비물질적인 경험들이다. 물질적인 풍요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풍요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프레드릭은 힘들고 어려운 겨울에 들쥐들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존재다. 자신이 모아 온 행복한 기억들을 시로 노래하면서 들쥐들이 고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들쥐들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준다.

흔히 시인이라고 하면 낭만적이지만 빈곤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어떤 사람들은 ‘당장 먹고살기가 바쁜데 시를 쓸 겨를이 있냐’며 시인들을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들로 몰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프레드릭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들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이고 우리를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이기에 사회에 꼭 필요하다.


 지금 현재 우리도 ‘코로나 시대’라고 하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매우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친구들과의 왁자지껄한 즐거운 시간, 가족들과의 해외여행 등의 코로나 시대 이전의 햇살, 색깔, 이야기 덕분일지도 모른다. ‘프레드릭’을 읽으면서 이전의 따뜻했던 기억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시와 문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림책 그 자체로도 온기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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